지난해 5월 1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한 이후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연스레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 올해 롯데와의 빅딜을 통해 화학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다. 전용기를 모두 팔고 계열사 간 사업부문을 주고받는 등 과감한 사업재편과 실용주의를 보여줬다.
이렇게 아버지 이 회장과 차별화된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대를 이어 관통하는 단어도 있다. 바로 신상필벌이다.
30일 삼성 등에 따르면 빠르면 화요일인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조직 개편과 후속 임원 인사가 잇따라 단행된다.
지난해에는 12월 1일 사장단 인사, 4일 임원 승진 인사, 10일 삼성전자 조직개편이 각각 발표됐다.
지난해 인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를 반영해 승진자를 최소화하고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감안해 과도기에 있는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처음으로 인사권을 쥔 이 부회장이었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은 고수했다.
매년 6∼9명이었던 사장 승진자는 절반 이하인 3명으로 줄었고 임원 승진 인사 규모도 353명으로 전년 대비 26% 급감했다.
임원 승진자 중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65명을 배출했지만 사상 최대였던 2013년(227명)에 비해서는 대폭 감소했다.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단초를 제공한 IM(IT모바일) 부문 사장 가운데 3명이 물러났고 1명이 자리를 옮겼다.
반면 영업이익에서 IM부문을 크게 앞지르면서 삼성전자 주력 사업부로 다시 부상한 메모리사업부는 전영현 DS(부품)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의 사장 승진에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예년보다 많은 22명이 승진했다.
올해 역시 이같은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인사 폭은 안갯속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승진 규모는 최소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실적이 한창 때에 못 미치는데다 다른 계열사들 역시 그간의 실적과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인사에서도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버팀목을 한 DS와 기대에 못미친 IM 부문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 외에 실적이 나쁜 계열사는 임원 승진을 입밖에 내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단 인사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내던지는 실용주의와 신상필벌 기조를 견지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2차에 걸쳐 단행된 화학계열사 매각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화학계열사는 외형에 비해 수익성은 따라오지 못하는 대표적 업종이었다.
한화로 넘어간 한화토탈의 지난해 매출은 8조8,0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1,700억원에 그쳤고 한화종합화학은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에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로의 매각이 결정된 삼성정밀화학 역시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에 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계열사에 대해서 과감하게 미련을 버린 셈이다.
이 부회장 체제 삼성의 사업재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연말이 지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전자와 디스플레이, 전기와 SDI 등 계열사 간 합병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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