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경제방송진행자(MBC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IRP통장을 어디서 가입할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RP통장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취급하므로 어디서나 가입할 수 있지만 내 돈은 그 금융회사가 직접 굴려주는 게 아닙니다. 금융회사들은 단지 내가 돈을 굴릴 선택 메뉴들만 제공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메뉴들은 어느 금융회사나 비슷비슷합니다.
그러니 ‘어떤 금융회사의 IRP통장을 만들어야 할까’라는 고민은 마치 '어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해야 알찬 쇼핑이 될까'라는 고민과 비슷합니다. 백화점이 구비해놓는 상품들은 대부분 비슷하므로 어떤 백화점이냐보다는 그 백화점에서 어떤 물건을 잘 골라 담느냐가 쇼핑의 품질을 좌우하듯 IRP통장도 어떤 금융회사에서 가입하느냐 보다는 그 금융회사가 구비한 선택 메뉴들 가운데 뭘 골라 담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내 IRP통장의 돈을 주로 펀드에 넣어 굴릴 생각이라면 어디에서 가입했든 관계없이 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펀드들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가입했더라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선택메뉴로 제시하는 펀드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하거나 어떤 펀드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지 미리 알기는 어려우므로 소비자들은 IRP통장에서 매년 수수료를 적게 떼어가는 금융사를 선택해서 통장을 개설하는 게 제일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IRP통장의 수수료는 금융회사마다 다른데 대개 0.3%~0.6% 사이이며 주로 0.5%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 접점이 많은 은행권의 수수료가 비싸고 증권사들이 떼는 IRP수수료가 대체로 저렴한 편입니다. 그러나 혹시 꼭 마음에 두고 있던 펀드가 있다면 그 펀드를 선택메뉴로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찾아서 IRP통장을 개설해야 하겠죠.
IRP통장에 넣어둔 돈을 펀드보다는 안정적인 원금보장형 저축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보험사들이 내놓는 저축성보험 상품이 좋습니다. 보험사에서 개설하지 않은 IRP통장에도 선택메뉴 중에서 보험사들의 저축성 상품이 많으므로 굳이 보험사에서 IRP통장을 개설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험사들의 저축성 상품이 제시하는 공시이율은 은행 정기예금보다 대체로 높으니 기왕 확정금리형 상품에 돈을 굴린다면 은행 예금보다는 보험사 상품이 좋다는 뜻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보험사 저축성 상품들은 사업비나 설계사 수수료가 많아 금리는 높아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은데 IRP 통장의 선택형 메뉴에 들어있는 보험상품들은 별도의 사업비를 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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