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창조경제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 이색 로봇이 등장했다. 가방처럼 둘러 멜 수 있는 착용형 보행 로봇이다. 이를 지켜 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언제 상용화 되느냐” “가격은 얼마냐” 등 질문을 쏟아내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를 개발한 곳은 뜻밖에도 현대자동차다. 임태원 현대차 중앙연구소장은 의료용 로봇 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로봇에 들어가는 인지, 제어, 판단 등 첨단기술은 자동차 기술과 일맥상통한다”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침대에서 일어나 차에 탈 때까지 이동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고, 교통사고로 장애를 겪는 분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옷 위에 착용하는 이 로봇은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는 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다. 착용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며 버튼이나 음성 명령을 통해 걷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어서 휠체어보다 이동성이 월등 우수하다. 이를 위해서는 골반, 넓적다리뼈, 무릎, 발목 등 좌우 관절에 들어가는 8개의 모터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최첨단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개발한 이 로봇 기술은 고스란히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보행속도 조절은 전기차의 바퀴 내장 모터 기술로 직결된다. 바퀴마다 달린 모터의 구동력을 섬세하게 제어해 미끄럼을 방지하고 최상의 동력 성능을 내도록 한다. 균형 유지 기술은 차량 전복을 막기 위해 자세를 제어하며 승차감 향상에 기여한다.
아직 이번 로봇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와 레이다를 이용한 장애물 회피, 착용자의 건강 이상을 응급의료기관에 통보하는 기술 등은 스마트카에 유용한 기술들이다. 이런 이유로 혼다를 비롯한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들이 선행기술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9년에 로봇 개발을 시작했는데 자동차 회사의 이점을 살려 특화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이레그스, 이스라엘 리웍 등과 비교하면 20% 이상 무게를 줄였고 보행 속도나 배터리 구동시간이 우수하다. 현대차는 2018년 이 로봇을 시범 양산하고 2020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동진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카본 소재를 사용해 중량을 줄이고 배터리 사용시간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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