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간 우리 곁을 지켜온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자존심인 KBS2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무한도전’이 멤버 하차로 인한 변화의 기로 앞에 서게 됐다. 올해로 8년 차인 ‘1박2일’은 29일 방송에서 맏형 김주혁을 떠나 보내고, 10년 차 ‘무한도전’은 지난 2주간 불안장애 증세로 입원한 정형돈 없이 전파를 탔다. 둘 다 내년 초까지 멤버 5명으로 가야 하는 운명이다.
두 프로그램은 지난 2년 간 멤버 하차와 교체 등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1박2일’은 2년 전 유호진 PD로 바뀐 시즌3를 시작하며 김주혁 데프콘 정준영 김준호가 새 멤버로 등장했다. “시즌3의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KBS 예능국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2년을 버텨냈다. 올초 코코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로서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한 책임으로 하차 요구를 받았던 김준호 사태를 무사히 넘긴 ‘1박2일’로서는 김주혁의 빈자리가 더욱 아쉽다. 지난해 노홍철과 길이 음주운전 논란으로 잇따라 하차하고 광희를 새 멤버로 충원한 ‘무한도전’은 불안증세로 입원한 정형돈으로 인해 다시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멤버 교체와 이로 인한 위기론은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10년이라는 긴 시간 안방 정상을 지켜온 장수 프로그램의 한계이자 고민이다. ‘1박2일’은 나영석 PD가 맡았을 때의 인기가 이미 퇴색했고, ‘무한도전’에 대해서도 “요새 재미가 없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것은 너무 익숙해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권태감을 말해준다.
‘장수의 딜레마’에 대해 유호진, 김태호 PD는 각각 “전통성 유지”와 “획기적인 변화”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멤버(하차와 교체)는 늘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유 PD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가업을 물려 받은 사람으로서 그 맛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멤버 교체 등 새로운 시도보다는 전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반면 김 PD는 최근 한 대학 특강에서 “TV를 벗어난 플랫폼의 변화와 시즌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깜짝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단순한 멤버 교체로는 ‘무한도전’의 향후 10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영석 PD가 앞서가고 있는 웹예능 ‘신서유기’의 사례가 떠오른다.
그러나 방송가는 10년 예능의 새로운 시도에 회의적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 PD는 “‘1박2일’과 ‘무한도전’은 KBS와 MBC에게 지난 10년 간 광고 완판 등 안정적 수익을 올려준 창구”였다며 “방송사가 쉽사리 큰 변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홍 한국방송작가협회 부이사장은 “방송사들도 10여년 간 유지했던 예능 프로그램이 없어 관리 능력이 부재하다”며 “종편과 케이블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두 프로그램의 향후 10년은 지상파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의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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