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부채 14조원 감축.. 비용 줄이고, 수입 늘리고
행복주택 뉴스테이 주거급여 등 공기업 공적 책무도 성공적 수행
“그동안 급증하던 부채 증가 속도를 볼 때 LH의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LH의 실적은 대한민국 국가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S&P)
“전체 공공기관 부채 감축의 주된 원인은 지난해 LH 등 일부 기관의 부채 감소에 기인한 다.”(국회예산정책처)
2013년 6월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취임 이후 무려 14조원을 넘는 금융 부채를 감축하는 데 성공한 LH는 ‘돌아온 탕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지금까지 LH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이면서, 동시에 국내 최대의 빚더미를 진 공기업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서민 주거 복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이윤이 덜 남는 사업을 벌여 왔던 것이 주 원인이었지만, LH 스스로도 빚더미에 무감각해져 방만한 직원 복지 등 방만 경영을 이어왔던 것도 빚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LH는 출범 이후 금융부채가 매년 평균 7조6,000억여원씩 불어났으며, 이 사장 취임 당시에는 금융부채가 무려 105조7,000억원에 달했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466%, 하루 금융이자만 100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민간 기업이라면 몇 번이나 도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 재무 상태였다.
허리 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정부 안팎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공공기관 부채라는 것은 좀처럼 해소가 쉽지 않았다. 그런 LH가 환골탈태한 것은 이 사장 취임 직후부터다. 이 때부터 부채 감축에 ‘올인’하기 시작한 LH는 이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고강도 방만경영 개선에 나섰다. 우선 기관의 부채 수준에 비해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았던 직원 복지 수준이 첫 타깃이 됐다. LH는 2013년 1인당 평균 686만원이던 복리후생비를 이듬해 420만원까지 266만원 감축했다. 당초 세웠던 목표보다 29%나 더 감축한 것이다. 같은 기간 복리후생비 총액은 445억원에서 27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복리후생비 감축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LH는 대형 노조가 2개나 있어서 복리후생비 감축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노ㆍ노ㆍ사 3자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직접 양대 노조 위원장 및 대의원들과 2박3일 워크숍을 열어 끈질긴 설득 과정 끝에 노조간 합의 타결을 이끌어 냈다.
이렇게 ‘나가는 돈’을 줄이는 데 성공한 LH는 ‘들어오는 돈’을 늘리는 일에도 발벗고 나섰다. 우선 판매 역량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판매 목표 관리제 ▦지역 본부장 1:1 경영계약 체결 ▦현장순회 판매대책회의 ▦판매 신호등 제도 등을 신규 도입했다. 이렇게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준 결과, 판매 실적은 2013년 22조1,000억원에서 2014년 27조2,000억원으로 23%(5조1,000억원)나 뛰어올랐다.
LH는 공공임대리츠와 공동주택 개발, 대행 개발, 환지 개발 등을 새로 추진하며 사업 방식 다각화에도 나섰다. 그 결과 사업비는 2조3,000억원 감축됐고, 3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 흐름이 개선됐다.
LH의 재무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사장 취임 당시 105조7,000억원에 달했던 LH의 금융 부채는 올해 11월 중순 기준으로 91조5,400억원을 기록, 감축한 부채 규모만 14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소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0조6,000억원의 7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런 부채 감축을 통해 아낀 이자 비용만 해도 연간 4,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재무 개선은 곧 신용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 9월16일 LH의 신용 등급을 AA-로 상향 조정했고, 그 결과 LH는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로부터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는 기준선인 ‘AA’ 수준의 등급을 받게 됐다. 아울러 채권시장의 평가기관들은 최근 LH의 채권 금리를 가장 안전한 공사채(AAA) 금리로 산정했다. 그간 LH는 막대한 부채 탓에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기준금리에 추가로 가산금리를 부담했는데, 지난 9월 초 채권시장 평가기관들이 이 추가 가산 금리를 없앴다. LH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노력의 성과를 국내외 금융시장이 인정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그동안 전 임직원이 임금 반납과 복리후생 축소 등의 희생을 감내하고, 전사적 판촉 노력과 사업방식 다각화로 자체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실”이라며 “재무역량 범위 내에서 정책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선순환 사업 구조가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 들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LH는 경영정상화에 나서면서도 공기업의 공적 책무를 뒷전에 미뤄두지 않았다. LH는 지난 8월 양대 노조와 함께 전직원 임금피크제 도입에 전격 합의, 이렇게 절감된 재원을 활용해 내년에 신입 직원 130명을 채용하기 위해 모집 공고를 낸 상태다. 아울러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주거급여 등 정부의 주거안정 종합대책에 발맞춰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LH 측은 “지난달 첫 입주가 시작된 송파 삼전지구 행복주택은 8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서 “뉴스테이는 1차 공모를 무사히 마친데 이어 연내 2,3차 공모를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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