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첨단 은행의 서막 열까
23년 만에 새 은행이 탄생한다. 시내 곳곳에 점포를 갖추고 고객들을 맞이하는 오프라인 은행이 아니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하고 오직 온라인과 모바일로만 고객들을 접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발을 담그고 있지만, 이 은행들을 주도하는 곳은 3,8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두주자 카카오, 그리고 대형 통신 서비스 업체 KT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은행들도 첨단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큰 차별성이 없을 거라는 평가와,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선을 보이게 될 거라는 기대가 교차한다.
당락 가른 평가항목은 ‘혁신성’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가장 높은 배점은 1,000점 만점에 700점을 차지한 ‘사업계획’에 집중됐다. 사업계획 가운데도 가장 큰 비중(250점)을 혁신성이 차지해 결국 예비인가의 당락을 가른 요인은 ‘사업계획이 얼마나 혁신적인가’였던 셈이다.
당국이 밝힌 선정 이유 역시 “혁신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사업 초기 고객기반 구축이 용이하다”(카카오은행) “참여주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다수의 고객접점 채널을 마련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K뱅크) 등이었다.
당국이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에서 가장 기대하는 분야는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중(中)금리 대출이다. 은행ㆍ보험ㆍ증권ㆍ카드 등 금융업권은 물론 SNSㆍ통신ㆍ유통 등 타업종까지 가세를 한만큼 풍부한 빅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의 신용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등장으로 기존 금융권에서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신용대출이 활성화할 것”고 말했다.
기존 은행들과 어떻게 다를까
요즘은 고객들이 은행 점포를 직접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 기존 은행들도 인터넷은행과 모바일뱅킹, 그리고 자동화기기로 무장을 하면서 굳이 점포를 찾지 않고도 예금 입ㆍ출금, 계좌이체 등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더구나 신한은행의 경우 손바닥 정맥을 통한 본인인증방식을 도입해 비대면 실명 확인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첫 발까지 내디딘 상태다. 일각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거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고객들은 잘 찾지 않아도 점포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기존 은행들과 달리 무점포 영업으로 인건비와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ㆍ수신 금리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수수료 조정 여력도 커질 수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양한 서비스 개발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여러 업종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고객군의 빅데이터와 첨단 기술력을 토대로 서비스 개발 여지가 무궁무진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섣불리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은산분리 완화가 관건
당장 관심은 누가 ‘1호 인터넷은행’이 될 것인지다. 금융위는 이번 예비인가자들에게 은행업을 위한 인력, 설비 등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토록 했다. 금융위가 본인가 신청을 받으면 한 달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본인가 승인을 받은 뒤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하도록 돼 있어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 안에” 1호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큰 관심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 여부다. 현행 10% 이내(의결권은 4%까지)인 지분보유 규제를 50% 이내까지 완화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ICT 기업과 같은 산업자본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지만, 야당 등 일각에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반쪽 자리 인터넷전문은행에 그칠 뿐 아니라 더 이상의 추가 인가는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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