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날’ 앞두고 간담회… “시장에 맡기고, 실패한 분야에 정부 개입”
“우리 금융권은 기업을 구조조정 할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이 금융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의 칼을 빼들었다. 김 회장은 ‘제52회 무역의 날(12월5일)’을 앞두고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이 기업을 감시하고 시장원리에 맡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도록 주도해야 하는데, 현재 금융권은 비 올 때 우산 뺏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상시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맡기고 시장 실패가 생긴 분야에 정부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그는 “국내 제조업이 먹고 살기 위해 해외로 나가 세계 1위 기업도 나왔지만 금융권은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하니 나가지 않는다”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금융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회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지연에 대해 “정치권이 수출 진흥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국회가 조금 더 지도력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을 극복하려면 기업에 맡길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 경제구조가 자유화, 유연화되면서 불필요한 구조가 최소화돼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기업을 살리고 장기적으로 수출 회복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부진 여파로 국내 주력 산업인 조선, 해운, 철강, 석유 분야 등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일본 마쓰시타 전기회사(현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쓰케가 한 명언 ‘호황은 좋다. 그러나 불황은 더 좋다’는 말을 인용했다. 불황이 돼야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업의 군살을 빼면서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구조조정은 연속적인 과정이며 끊임없이 평상시에 진행돼야 하는데도 우리는 이것을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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