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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장기 불법 매매 안돼"... 미 낙태시술 진료소에 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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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장기 불법 매매 안돼"... 미 낙태시술 진료소에 총기난사

입력
2015.11.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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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진료소에 총기난사를 벌인 범인인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콜로라도=A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진료소에 총기난사를 벌인 범인인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콜로라도=A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가족계획연맹’(플랜드 페어런트후드ㆍPlanned Parenthood)의 진료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졌다. 낙태를 옹호하고 임신중절 시술을 지원하는 해당 단체를 겨냥한 정치적 증오범죄로 추정된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낙태를 옹호하거나 시술에 관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의사를 노린 범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신중절 시술 진료소에서 총기 난사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위치한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진료소 주차장에서 27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시민 2명 등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범인은 진료소 주차장으로 들어서며 20발 이상의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진료소에서 오후 4시 52분까지 5시간 이상 인질극을 벌이며 대치하다 생포됐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총을 든 범인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진료소 주차장까지 바닥을 기어서 접근했다”라며 “주차장에서 일어나 병원 진료소 입구를 향해 갑자기 총을 난사했고 이후 주변에 있던 행인과 차량에도 총구를 겨눴다”고 NYT에 말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은 진료소로 들어가 접수 데스크 뒤에 숨어 경찰과 교전을 벌였다”라며 “범인이 인질극을 벌였지만 인질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구출작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과 교전을 벌이는 동시에 병원 내에 있던 시민과 환자 등 24명을 피신시키고 근처 쇼핑센터에 있던 300여 명의 시민들을 대피소로 옮겼다. 경찰이 병원 내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본격적으로 진압작전에 들어가자 범인은 “항복하겠다”고 수차례 소리를 지르며 순순히 자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27일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진료소에서 총기난사를 벌인 범인인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 콜라라도 스프링스 경찰 제공.
27일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비영리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진료소에서 총기난사를 벌인 범인인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 콜라라도 스프링스 경찰 제공.

낙태 반대하는 증오범죄일 가능성 커

경찰 조사결과 범인은 콜로라도 스프링스로부터 약 70㎞ 떨어진 콜로라도주 하첼시의 숲에서 살던 백인 남성인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57)로 밝혀졌다. 숲 속에 주차된 캠핑 밴에서 살던 디어는 전기나 상수도도 없이 지냈으며 이웃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디어의 범행동기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경찰은 그의 이름과 나이, 사진만 공개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 NBC뉴스는 28일 익명의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디어가 ‘아기 장기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범행이 그 동안 낙태를 옹호해왔던 플랜드 페어런트후드를 겨냥한 증오범죄일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단체는 임신중절을 위한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산하 진료소 700여 개를 미국 전역에 운영하고 있어 낙태 반대론자들의 표적이 되어왔다.

특히 지난 9월에는 플랜드 페어런트후드가 낙태 과정에서 적출한 태아의 장기를 불법 매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범인인 디어가 해당 동영상을 보고 이번에 플랜드 페어런트후드를 공격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콜로라도 주는 낙태를 반대하는 기독교 보수단체들의 세력이 매우 강한 곳이기도 하다. 경찰 관계자는 “그는 체포될 때 매우 차분했으며 인질극을 벌이면서도 경찰관들에게 어떤 요구사항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디어가 미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가 벌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인 27일을 범행일로 택한 점, 그리고 쇼핑센터 밀집 지역인 플랜드 페어런트 후드 진료소를 공격한 사실을 들어 대규모의 인명피해를 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년 간 낙태 옹호 단체 테러 잇따라

미국에서 낙태를 지지하는 의료기관이나 단체 등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전국낙태연맹에 따르면 1993년 이후 현재까지 임신중절 시술을 하는 의료기관에 속한 의사 등 의료 종사자 8명이 살해당하는 등 매년 평균 257건의 증오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주로 임신중절 시술을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무단침입, 기물파손, 방화, 살해위협 등이었다.

2009년에는 캔자스 주에서 임신중절을 시술하던 조지 틸러 박사가 괴한에 의해 살해됐으며, 2001년에는 미국 전역의 임신중절 시술소에 폭파와 살해위협 등을 담은 편지 553통을 보낸 혐의로 클레이튼 와그너가 19년의 징역을 받기도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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