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교육감은 “고교상향평준화 시행을 가능케 된 오늘은 세종시 교육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라며 자신의 정책을 지지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세종시의 교육환경을 고르게 발전시키고 우리 아이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첫 걸음을 내딛었다”고도 했다. 순탄치 않았던 고교평준화 시행 관철에 대한 감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실 고교평준화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최 교육감은 출범 3년을 넘긴 세종시도 ‘차별 없는 행복한 교육’을 위해 고교평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론 조사를 통해 80%에 육박하는 찬성 여론이 나와 추진력이 더해졌다. 지난 10월 학생과 학부모, 시의원 등 1만 2,480명을 대상으로 고교평준화 도입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여론이 76.7%에 달했다. 최 교육감은 자신감을 얻어 2017년 고교평준화 시행을 위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찬반 여론에 임상전 시의회 의장의 ‘시기상조론’까지 더해지며 험로를 걸었다.
세종시 29개 시민사회ㆍ교원단체로 구성된 세종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적극 찬성하는 반면, 세종 안전한 학교 등교 모임에선 반대했다. 시민연대는 “고교평준화는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했다. 반대 측 등교모임은 “신도시와 조치원을 하나로 묶으면 원거리 통학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상전 의장은 한 간담회 자리에서 “세종시는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된 지역으로 고교평준화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고교평준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시위와 소송에 나서면 통과시키기 어렵다”고도 했다. 지역 교육계는 들썩였다. ‘임 의장이 직권으로 조례안 상정을 보류하면 2017학년도 시행은 어렵다’는 설이 돌았다. 측근 등 주변에서 고교평준화 반대 의견을 내며 임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풍문까지 있었다.
찬성 측인 시민연대는 급기야 지난 10일 시의회를 찾아가 임 의장에게 발언의 진위를 따졌다. 반대 측은 반대 집회를 열어 맞불을 놨다.
눈치를 보던 임 의장은 “고교평준화를 반대한다고 직접 얘기한 적도, 의장 직권으로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말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반대 측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면 조건부로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의견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시의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는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오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임 의장은 또 한 번 교육계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다행히 직권으로 고교평준화 조례안을 보류하진 않았지만 다른 안건과 달리 고교평준화 조례안 심의 전 임의로 정회를 선언했다. 한참 뒤 다시 시작해서도 ‘이의 있느냐’는 질문을 수 차례 하는 등 멈칫거렸다.
결국 장승업 부의장이 표결 처리를 요구했다. 참석한 의원 15명은 무기명으로 투표를 진행,찬성 8표, 반대 5표, 기권 2표를 던졌다. 고교평준화 시행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투표 결과에 대해 정당별로 의견이 엇갈렸다는 추정이 나왔다. 임 의장이 ‘기권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설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본회의에 방청객으로 참관한 찬성과 반대측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지켜봤다. 찬성 측은 환영했고, 반대 측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행정도시를 기반으로 출범한 세종시의 교육은 출범 이래 가장 큰 고비를 이렇게 넘겼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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