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기다려온 재판은 5초 남짓에 끝이 났다. 재판장의 ‘기각’ 주문이 나오자 그는 말없이 법정을 나서며 허탈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해고 3,451일째인 27일 KTX 여승무원 김승하(36)씨는 끝내 울먹였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로 겪으니 정말 힘듭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신광렬)는 이날 김씨가 동료 33명과 함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주문대로 코레일의 손을 들었다. 김씨 등은 2008년 11월부터 꼬박 7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이날 법원 판결로 승무복을 입을 수 없게 됐다.
네 차례 재판을 치른 김씨는 “재상고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더는 법정 다툼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으론 끝났지만 현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며 복직의 의지는 놓지 않았다. 김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같은 서비스업종 불법 파견 문제에서 안 좋은 선례로 남게 됐다“며 “이런 힘든 일을 겪을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KTX가 개통된 2004년 당시 철도청이 승객서비스 업무를 위탁한 ‘홍익회’(퇴직 승무원 지원단체) 소속 계약직으로 승무복을 입었다. 1,2년 뒤 정규직화 해준다는 철도청의 약속이 있었지만 승무원 업무가 자회사 철도유통(현 코레일유통)으로 넘어가면서 비정규직으로 고용이 승계됐다. 이후 이들은 2006년 또 다른 계열사인 KTX관광레저로 옮기라는 코레일의 제의를 거부하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됐다. 이들은 “코레일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였고, 철도유통에 대한 코레일의 열차 내 KTX승객서비스업무 위탁은 위장 도급”이라며 소송을 냈다. 자신들을 감독하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업무영역이 겹쳐 도급 계약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1ㆍ2심은 “철도유통은 사실상 불법파견 사업주인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해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며 여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3년6개월이나 판결을 미룬 끝에 대법원은 “안전 관련 업무를 직접 한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승객서비스 부분을 맡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 업무가 구분됐다”는 논리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 등은 소송비용 등으로 1인당 1억여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