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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심에… 면피 위해… 모함으로 얼룩진 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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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심에… 면피 위해… 모함으로 얼룩진 고소장

입력
2015.11.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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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놓고 맞았다는 가해자부터

이혼 위기에 성폭행 허위 신고도

불신사회 조장·수사력 낭비

책임 회피·감형수단으로도 남발

수감자가 아무나 공범 몰기도

죄질 비해 처벌 약해 악용 빈발

거짓말 범죄는 그 사회의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개인의 명예와 타인에 대한 존중, 정직성의 척도라 할 수 있다. 십계명의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기독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서구 선진국은 거짓말 자체가 터부시된다. 특히 남을 해할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일을 꾸며 고소ㆍ고발하는 무고(誣告)는 위증보다 더 악질적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고사범은 1만2,006명으로 위증(8,805명)보다 훨씬 많다. 매년 2,000명 이상으로 추세가 줄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의 무고사범은 2,112명(기소 기준)으로 일본(190명)보다 11배 많다. 우리보다 2.5배 많은 인구비를 감안하면 무고범죄는 27.5배에 달하는 셈이다. 낯부끄러운 거짓말 사회다. 사법질서 교란의 주범이자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무고사범은 불신 사회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인권침해와 수사력 낭비로 이어진다.

●분노조절 실패해 전과자로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 모자’ 사건에서도 어머니 이모(44)씨와 고소를 사주한 무속인 김모(56)씨가 구속되면서 무고 범죄의 심각성이 재차 부각됐다. 이씨는 1년 가까이 남편과 시아버지 등 44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36차례나 무차별적으로 거짓 고소를 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기자회견을 열거나 유튜브에 육성 동영상을 올리는 등 허위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대부분의 무고사건은 사소한 시비로 앙심을 품거나 적대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모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맞은 적이 없는 데도 폭행당한 것처럼 신고하고, 상해죄로 고소당하자 자해한 다음 맞고소를 하기도 한다. 아들을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며느리에게 앙심을 품고 며느리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한 시부모가 적발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목적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허위고소를 일삼아 수사기관의 기능과 권한을 악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일부 재판 당사자들은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는 집착 탓에 도를 넘어선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50대 여성 A씨는 2013년 B씨를 상대로 공사대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두 사람이 작성한 합의서 때문에 1심에서 패소했다. 다급해진 A씨는 항소심에서 합의서 효력을 부정하려고 “B씨가 합의서를 위조한 것”이라며 허위고소 했다가 무고죄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명예·수치를 악용한 성폭행 무고

최근에는 정상적인 성관계 후 성폭행을 당했다며 무고했다가 처벌을 받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30대 회사원 C씨는 불륜 탓에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당하자 위기를 모면하려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던 남성 4명을 성폭행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허위 고소를 한 것이다. C씨 주장이 인정될 경우 이 남성들은 중형 선고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검찰이 다른 간통사건에서의 C씨 진술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분석한 결과 C씨가 피고소인들과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성폭행 피해자라며 남성들을 몰아붙였던 C씨는 결국 무고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20대 여성 D씨는 모텔에서 합의하에 E씨와 성관계를 했지만 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예상치 못한 임신에 당황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화기애애했던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인되자 결국 허위고소 사실을 실토했다. 50대 여성 F씨도 사업상 만나던 남성이 돈을 갚지 않자 보관 중이던 이 남성의 정액 묻은 휴지를 제시하며 성폭행으로 고소했다가 거짓말이 들통나기도 했다. 아예 합의금 등 금품 갈취를 목적으로 성폭행으로 둔갑시키는 조직적 범행도 비일비재하다. 검찰 관계자는 “성폭행 피해자를 온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명예에 치명타를 가하게 되는 성범죄 성격을 악용해 성폭행 무고가 적지 않게 빚어진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자 책임을 회피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허위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부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인 40대 사업가는 회사자금을 부하직원이 횡령했다며 무고했다가 구속됐다. 심지어 교도소 내에서도 무고는 발생한다. 한 수감자는 거짓신고 혐의로 교도소 내부조사를 받게 되자 교도관이 자신의 서명과 도장을 위조해 진술조서를 작성했다며 무고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마약사범 제보 공적이 필요한 수감자가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히로뽕 밀수자라고 거짓 제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무고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은 영향이 크다. 무고는 10년 이하 징역형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전체 기소인원의 절반은 벌금형 등으로 약식 기소돼 법정에 서지도 않는다. 정식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구속자는 10% 정도에 불과해 거짓 고소를 해서라도 일단 상대방을 괴롭히자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형사처벌 받기 전까지는 무고가 상대에게 끼칠 해악과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직하게 사는 게 이득이라는 점을 사회 지도층 인사부터 보여 줘야 사회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아래 링크에서 지난해 1800명에 달한 위증범죄에 대한 기사를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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