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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의 과학
베스 샤피로 지음ㆍ이혜리 옮김
처음북스 발행ㆍ312쪽ㆍ16,000원
1990년 출간된 마이클 크라이튼의 베스트셀러 소설 ‘쥬라기 공원’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1993년 영화로 만들었다. 고대의 호박 속에 들어 있는 모기의 혈액에서 채취한 공룡의 DNA를 유전공학으로 해독하여 중생대 공룡들을 복원시켜 테마파크를 만들지만, 이 공룡들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온갖 혼란과 모험을 실감나게 그려 전세계적 블록버스터가 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수많은 과학적 오류-이를 테면 등장하는 공룡이 대부분 백악기의 대표 공룡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첨단 유전공학의 발전과 DNA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UC 샌타크루즈의 생태학 교수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베스 샤피로가 쓴 ‘쥬라기 공원의 과학’(원제 ‘매머드를 어떻게 복제할 것인가?-멸종 복원의 과학’)은 멸종동물인 매머드나 여행비둘기(Passenger Pigeon) 등을 부활시키려는 노력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를 종합한 이 분야의 최첨단 연구 보고서이자 생태학 저서다. 우선 저자는 고생물 DNA 연구의 권위자로서, 호박 안에 있는 곤충이나 개구리 심지어 2,300만년이나 된 도마뱀들이 겉보기에 완벽하게 보존돼 있어도 DNA 추출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과거 몇 건의 DNA 추출 사례가 발표됐지만 DNA 오염에 의한 착오였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복제는 1996년 스코틀랜드의 로슬린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일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양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다른 암컷 양에서 추출한 유선세포의 핵을 넣어 대리모의 자궁에 주입하여 완벽하게 건강한 암양 돌리를 만들어냈다. 이 후에도 복제 소, 복제 돼지, 복제 고양이, 복제 개 등이 계속 만들어졌는데 과학자들의 관심은 멸종한 동물의 복원에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멸종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종들 이를 테면 여행비둘기, 도도새, 매머드 등의 복제 가능성을 탐색한다. 현재의 수준에서는 그것들을 살아있을 때의 모습으로 복원하기란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멸종 종의 특정형질이나 행동만 현생 종에 유전적으로 복제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현생종이 멸종 종이 번성했을 때 가졌던 적응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 매머드인가? 매머드는 툰드라에서 냉동 상태로 발견되어 DNA 보존 상태가 좋다는 점이 하나의 이유이다. 복원시켰을 때 생태적으로 얻는 이점이 매우 크다는 점도 든다. 추위를 잘 견디는 부활한 매머드는 “툰드라를 밟고 풀을 뜯어 먹으며 흙을 뒤섞고 씨앗을 퍼뜨리고 영양분을 재생”할 수 있으며 “거대 초식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을수록 더 많은 풀의 성장이 촉진되고, 풀숲의 밀도가 높아지며, 영양분의 질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복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멸종시키고 파탄내고 있는 지구 생태계 복원에 첨단 DNA 기술을 적용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내용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자와 탈자가 눈에 띄고, 후주, 참고도서 목록, 인덱스가 전혀 없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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