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안드레아
룽잉타이, 안드레아 발터 지음ㆍ강영희 옮김
양철북출판사ㆍ300쪽ㆍ1만3,000원
뱃속에 열 달을 품고 있었고, 언제나 안고 있었으며, 때때로 젖을 물려 먹였다. ‘너’를 1인칭이 아닌 2인칭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은 부조리하다. 엄마에게 자식은 타자가 아니라 확장된 자아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해 있는 자식의 넓어진 등을 바라보는 시기가 엄마의 갱년기와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만의 작가이자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룽잉타이 역시 이 같은 분리불안을 겪었다. 독일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안드레아는 불현듯 18세 ‘남자-사람’이 되어 표정과 몸짓마다 엄마와 거리를 두려는 의지가 묻어났다. “나의 사랑스러운 안안(꼬마 때의 아명)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는 결심한다. “나는 열여덟 살의 이 사람을 알아야 한다.”
신문 칼럼니스트였던 엄마는 아들에게 편지 교환을 제안한다. 원고료 욕심에 승낙한 자유분방한 아들과 완고하면서도 통찰력 넘치는 엄마의 편지는 3년간 신문에 연재되며 중화권의 수많은 부모 자식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가난한 대만 어촌에서 자라 내핍이 몸에 밴 지식인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취향과 태도가 후지지만” 세계의 모든 약한 자들에 연민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세계의 절반을 떠돌며 국제인으로 살고 있는 아들은 미인과 미식과 미주를 추구하는, 생의 목적이 개성의 자기표현인 독일 청년이다. 홍콩과 독일이라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많은 것이 다른 두 모자는 각각 ‘대립하는 두 세계’를 대표한다. 서구 선진국과 동아시아의 발전도상국,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남자와 여자, 무엇보다 아들과 엄마.

월드컵에 환호하는 민족주의부터 세계의 빈곤과 구호, 대학과 정치의 역할 같은 거대담론부터 일상의 취향과 감각, 음주와 흡연의 문제, 연애와 실연 같은 사적인 차원까지 모자는 거침없이 토론하고 부딪힌다. “엄마의 취향은 어쩜 그렇게 나와 다르고, 엄마는 왜 우리 세대의 문화와 계급적 취향을 이해하려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아들에게 “너무나 좋은 환경에서 응석받이로 길러진 현대판 왕자”라고 되받아친 엄마는 따진다. “지나치게 좋은 환경 덕택에 네가 뛰어난 미적 감각과 취향을 갖게 됐다면 그 반대로 그것이 너에게서 앗아간 것은 뭘까? 너희 세대는 어떤 의미에서 또 다른 ‘가난한 사람’은 아니니?”
해답을 제시하는 건 이 편지의 목적이 아니다. 아들이 스물 세 살이 되며 끝난 서한 교환은 사명을 달성했다. 그 사명은 다음과 같다. “엄마도 이제 너를 ‘놓아주는 법’을 배우고 있어. 너를 한 사람의 타인으로 대할 수 있도록 말야.” 물론 한 문장이 더 붙기는 한다. “하지만 젠장, 그게 쉽지가 않아.” 2007년 출간돼 8년 연속 중화권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08년 중국 국가도서관 도서상을 받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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