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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인공지능 시대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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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인공지능 시대 지침서

입력
2015.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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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로봇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사진은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인공지능로봇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사진은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로봇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지음

아크로스 발행ㆍ344쪽ㆍ1만5,000원

지난해 개봉한 미국 영화 ‘그녀’의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아내와의 별거로 공허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컴퓨터와 휴대폰 등에 설치한 뒤 그의 삶은 돌변한다. 사려 깊고 현명하며 무엇보다 24시간 동안 말동무 역할을 하는 사만다에게 테오도르는 푹 빠진다. 천국의 문이 열린 것일까? 테오도르는 어느 날 숱한 사만다가 수많은 남자들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깊은 상처를 입는다.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한 우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도울 것이라는 낙관과 인간을 넘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비관이 교차한다.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과, 이를 기반으로 한 만능 로봇의 등장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가.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처럼 기술 급변의 시대 나침반 역할을 자임한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자동차 운전이라는 노동과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환영할 일일까. 법적인 문제가 먼저 부각된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다면 사고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불분명하다. 차량 운전자(실제는 탑승자)가 책임을 물어야 할지, 차량 제조사에 책임을 지어야할지,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문제인지 등 단번에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살아있는 개를 쏙 빼닮은 로봇 개에 심한 발길질을 했을 때 이를 학대로 해석해야 할까. 일본 노인들이 초보단계의 로봇 개인 아이보를 애도하며 장례식을 치러주는 현실이니 로봇 학대 논란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도구적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만들어낼 별천지에 대한 환상도 크다. 임신부를 응급 수송하던 의사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구글 번역기에 기대 순산을 이끌어낸 에피소드 등은 인공지능이 펼쳐낼 장밋빛 미래에 기대를 걸게 한다. 반대로 불완전한 인간이 인공지능에 밀려 무능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디지털 인문학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새로운 시대 인간이 갈 길을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찾는다. “인간의 약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계와 구별되는 최후의 요소다. 부정확한 인식과 판단, 감정에 의한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인 행동, 망각과 고통…. 거기에 로봇 시대 우리가 가야 할 사람의 길이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로봇시대, 인간의 일'의 표지.
'로봇시대, 인간의 일'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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