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진 수니파 이슬람국가(IS)가 백악관 테러를 공언한 상황에서 26일 한 남성이 북쪽 담을 넘어 백악관 경내로 침입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비밀경호국(SS)에 곧바로 체포됐지만, 지난해 말 이후 유사한 일이 수시로 발생해 백악관 경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CBS 등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명절인 이날 오후 2시45분께 조지프 카푸토로 알려진 백인 남성이 평소 관광객으로 붐비는 북쪽 광장에 설치된 방어막과 담장을 차례로 넘어 백악관 북쪽 구역에 침입했다. 비밀경호국은 침입 직후 이 남성을 체포했으며, 이날 밤 늦도록 침입 동기는 물론이고 나이와 출신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침입 사건 직후 경찰과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관광객들을 백악관 북쪽 도로와 이 도로에 접한 라파예트 공원 밖으로 내보냈고, 이 지역에 접한 주변 도로 역시 일시 폐쇄했다. 침입 사건이 발생할 당시 백악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일가족이 추수감사절 행사를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목격자가 제보한 사진과 현지 방송이 내보낸 영상에는 이 남성이 미국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순식간에 담을 넘고, 담을 넘은 뒤에는 두 손을 높이 든 채 제자리에서 도는 행동이 포착됐다. 버지니아 주 출신의 한 목격자 바네사 페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남성이 뒤쪽에서 미국 국기를 몸에 두른 뒤 ‘좋아, 하자고’고 혼잣말을 한 뒤 순식간에 뛰어나가 담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추수감사절 명절을 맞아 IS 등이 미국에서 공격행위를 할 가능성 때문에 미국 치안당국이 잔뜩 긴장하던 가운데 발생했다. 게다가 잇따른 외부 침입자가 쉽게 넘지 못하도록 최근 철제 담장에 새로 설치한 금속 돌출물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경비 부실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이라크 참전용사 출신으로 정신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오마르 곤살레스(43)가 흉기를 소지한 채 백악관 담을 넘어 180m가량 질주해 백악관 건물 내부의 이스트룸(East Room)까지 깊숙이 침투해 ‘대통령 경호 허점’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줄리아 피어슨 전 SS 국장이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고위직 전원이 교체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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