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국가 대항전인 국제테니스연맹(ITF) 데이비스컵은 유난히 미국과 호주의 강세가 뚜렷하다. 미국은 1900년 초대 대회를 포함해 총 32번의 우승과 29번의 준우승을 거둘 정도로 결승 무대를 독점 했다. 이어 호주가 28번이나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19번의 준우승을 거뒀다. 미국과 호주 이외, 데이비스컵 정상에 오른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로저 페더러와 스탄 바브링카를 앞세운 스위스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해 14번째 우승 국가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미 17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보유해 ‘누릴 것은 다 누렸다’는 평가를 받은 페더러 역시 유독 이 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지난해 드디어 우승컵을 손에 넣고 한을 풀었다. 실제 페더러는 데이비스컵 우승으로 국가적 영웅 대접을 받을 정도였다.
이에 비하면 테니스의 나라로 불리는 영국은 데이비스컵에서 졸전을 면치 못했다. 프랑스와 영국이 똑같이 9번의 우승을 거뒀지만 프랑스가 2001년 마지막 우승을 거둔 것에 비해 영국은 193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또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결승 무대에 진출했으나, 영국은 1978년 이후로 결승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세계랭킹 2위 앤디 머레이(28ㆍ영국)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운 것은 이 때문이다. 머레이를 필두로 한 영국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헨트에서 열리는 2015 데이비스컵 결승전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79년만의 우승’사냥에 나선다. 늘 ‘영국 테니스의 희망’으로 불려온 머레이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머레이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승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이어 그는 “이번 대회 결승은 영국에서 테니스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만약 이번 주말 데이비스컵에서 우승한다면 이는 영국 테니스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레이의 친형 제이미 머레이(29)도 출전해 힘을 보탠다.
한편 벨기에는 이 대회에서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1904년 결승에 진출한 것이 유일하다. 실제 벨기에가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벨기에는 영국만큼이나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력도 만만치 않다. 4명의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데이비드 고핀(25ㆍ16위)이 머레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 선다. 2013년 윔블던 1회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ㆍ29)을 꺾고 유명세를 탄 스티브 다르시스(31ㆍ84위)도 출격한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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