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올해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22명이 FA 신청을 했고, 거물들이 넘쳐난다. 지난해 총 20명의 선수가 FA 계약을 하며 세운 총액 기준 역대 최고액 720억6,000만원을 이번 겨울에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22일 원 소속 구단과 교섭을 시작한 뒤 닷새가 지난 26일까지 FA 시장은 예상 외로 잠잠했다. 일단 구단들의 협상 기류가 예년과 달랐다. 팀에 정말 필요한 선수는 확실히 잡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식적인 수준에서 계약 금액을 제시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FA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많은 구단들이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 전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집안 단속에 가장 바쁜 팀은 6명이나 풀린 SK다. SK는 지난해에도 FA가 5명이었고 이 중 '빅3' 최정(86억원), 김강민(56억원), 조동화(22억원)를 잡는 데 총 164억원을 쏟았다. 그러나 이들의 올해 부진은 구단의 투자 전략을 바꿔놨다. 최고 불펜 투수로 꼽히는 정우람 잡기에 집중하고 다른 5명(박정권ㆍ정상호ㆍ윤길현ㆍ채병용ㆍ박재상)은 후순위로 미뤘다.
정우람에게는 삼성 안지만이 기록한 불펜 투수 최고액인 4년간 65억원에 플러스 알파를 제시했다. 과연 플러스 알파를 어느 선까지 제시해야 정우람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만약 정우람이 원소속구단 교섭 기간을 넘겨 29일부터 시장에 나간다면 다시 SK로 돌아올 확률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나머지 5명한테는 자체 책정한 금액에서 합리적인 계약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3명이 FA 신청을 한 두산도 모든 초점은 '타격 기계' 김현수에게 맞췄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그룹 수뇌부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한 만큼 100억원 이상 투자할 의지를 갖고 있다. 관건은 김현수의 해외 진출 여부다. 김현수와 달리 오재원, 고영민은 팀에 대체할 수 있는 내야 자원이 상대적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무리해서까지 지출을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넥센 역시 외야수 이택근, 유한준, 마무리 손승락을 붙잡는 데 신경을 쓰고 있고 사이드암 마정길은 관심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롯데는 투수 송승준과 심수창을 잡겠다는 입장이면서도 외부 FA 영입에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 kt도 팀 내 유일한 FA 외야수 김상현과 적당한 금액에 도장을 찍고 혹시 조율이 안 될 경우 외부에서 수혈을 고려 중이다. KIA는 내야수 이범호, 한화는 내야수 김태균과 포수 조인성, 삼성은 내야수 이승엽과 박석민 등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들을 잔류시키는 데 우선 순위를 뒀다.
사진=김현수(오른쪽).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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