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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사춘기 앓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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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사춘기 앓는 직장인들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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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를 지나는 출근길 시민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는 출근길 시민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내 유명 회계법인에서 3년 간 회계사로 일했던 최모(27ㆍ여)씨는 올해 9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모교 교직원으로 변신했다. 연봉도 높고 전문성도 갖춰 남부럽지 않은 직장이었지만 강도 높은 야근에, 연차가 차도 임원이 되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경력직 회계사 2명을 뽑는 교직원 자리에는 40명이 넘는 현역 회계사들이 지원했다. 최씨는 26일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승진과 업무 압박을 생각하면 멀리 봤을 때 육아까지 가능한 교직원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연봉은 2,000만원 줄었어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조직과 업무에 익숙해질 만한 입사 3년차. 그러나 이 때는 회사 생활에 치이고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하는 ‘직장 사춘기’가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삶의 질’을 찾아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5월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7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첫 이직 시기는 ‘평균 2.7년 차’로 조사됐다. 이직 이유는 다양했지만 연봉(32.3%)과 근무환경(24.5%), 복리후생(21.3%) 등 안정성과 복지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3년 차 증후군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돈, 권력, 명예 같은 전통적 가치보다는 개인이나 가족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풍토는 이런 흐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공기업 채용 시장은 이직을 원하는 ‘중고’ 지원자들의 전쟁터로 변했다. 유명 무역회사에 3년째 재직 중인 장모(30)씨는 지난달 일명 ‘A매치’로 불리는 금융공기업 필기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10년도 다니지 않은 선배들이 줄줄이 권고사직을 당하는 현실을 목격했다”며 “공기업은 실적 압박이 덜하고 나이 들어서도 다닐 수 있어 내년에 또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 경영관리팀에서 3년을 꽉 채운 뒤 올 초 지방공기업 이직에 성공한 장모(31)씨도 “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연봉도 30% 넘게 줄었지만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직장 사춘기의 열병을 퍼뜨리는 또 다른 요인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이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업 만해도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일단 지원부터 했다가 뒤늦게 자기 인생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 못지 않게 대학 시절부터 꼼꼼하게 진로 정보를 수집하고 부단히 사회 경험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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