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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요즘 젊은 시인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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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학상 시상식 자리에서였다. 나이 지긋하고 저명하신 평론가 선생께서 연단에 나와 축사를 했다. 듣다 보니 축사 아니라 훈계 같았다. 무슨 얘기 끝에 “머리 기르고 찢어진 청바지 입은 요즘 젊은 시인들 문제 많다”란 말이 나왔다. 긴 머리와 찢어진 청바지와 시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참 심오하고 난해해서 그 뜻을 헤아리기 난감했다. 여자를 이르는 건지, 남자를 이르는 건지도 헷갈렸다. 여자에게라면 긴 머리 말고 어떤 스타일의 쇼트커트가 시인다운 것인지 짐작이 안 갔다. 굉장히 난해하고 파격적인 아방가르드 스타일일 것 같았다. 뭐 그런 엉뚱한 상념에 빠져있는 중, 짐짓 낯이 간지러웠다. 나는 시상식장 뒤편에 삐딱하게 서있는 참이었다. 잘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근방의 시선들이 번갈아 나를 훑어 내렸다. 반겨야 할지 피해야 할지 난감해 시선을 떨궜다. 내 찢어진 청바지는 그래도 예뻤다. 누구에게라고 지정할 수 없는 웃음이 입귀를 찢었다. 바로 얼마 전에 미용실에서 폭탄 맞은 척후병처럼 곧추 세운 머릿결을 만지작거렸다. 시집을 다섯 권이나 내고, 등단 25년이 다 된 내가 설마 요즘 젊은 시인일 리는 없을 거라고 혼자 곱씹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나랑 비슷한 몰골의 후배 시인들이 몇 눈에 띄었다. 그들이 갑자기 반가웠다. 연단의 선생을 봤다. 나를 보고 있진 않았다. 슬며시 담배 피우러 나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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