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주범인 IS를 비롯한 과격 테러리스트와 추종 세력들이 암호화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을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보안이 뛰어난 각종 암호화 메신저 프로그램 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감시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야후 뉴스가 26일 보도했다. 하지만 정보통신(IT)회사들은 “암호화 메시지의 특성상 사용자의 신분을 사전에 파악하거나, 모든 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정부의 압력에 맞서고 있다.
IS는 지난달 31일 러시아 여객기 공중폭발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파리 테러 직후 “프랑스 파리 테러는 앞으로 다가올 거센 폭풍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협박 역시 텔레그램을 이용해 공개됐다.
이처럼 IS가 텔레그램을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되자 러시아 의회는 텔레그램을 비롯한 보안 메신저를 폐지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미국은 보안이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이더라도 연방수사국(FBI)등의 감시가 가능한 통로를 제공하라며 직접 보안 메신저 회사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 파벨 드로프가 정부 검열을 피하기 위해 독일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모든 메시지가 암호화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자동으로 삭제된다. 또 내용이 서버에 저장이 되지 않고 메시지를 전송할 때도 암호가 필요해 보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파벨은 각국 정부의 이런 압력에 대해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프로그램을 감시하는 것 보다 사용자 개개인의 사이버 프라이버시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사 프로그램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한다면 테러범은 더 정교한 보안 메신저를 찾을 것이기 때문에 별 효과를 거두지도 못할 것이며,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가치는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라는 것이다. 애플 역시 메시지 암호화 과정에 감시 통로를 만들어 달라는 미국 보안당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룬의 전 연설 초고자인 클레어 포지는 보안 메신저를 보유한 대형 IT회사를 겨냥하며 “테러리스트가 대규모의 유혈사태를 계획하도록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하지만 애플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기술적으로 모든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검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같은 입장을 취했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메신저가 변질된 것은 유감이지만, 애초부터 소프트웨어는 염탐이 안되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보안 이메일 서비스인 프로톤메일(ProtonMail)의 대표 앤디 옌은 “IS가 무기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총기 규제법을 만들어도 항상 어디선가 무기를 구하듯, 기존의 보안 메신저를 감시해도 다른 통로를 찾을 것”이라며 “오히려 보안 메신저를 금지하면 사이버 공격이나 정보유출 문제가 심각해져 일상 생활과 밀접한 온라인 뱅킹이나 쇼핑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라 밝혔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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