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서거 닷새째인 26일 서설이 내리는 가운데 국회 앞마당에서 거행됐다. 발인식을 마치고 운구행렬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날 때부터 흩날리던 눈발은 영결식이 진행될 때는 제법 굵어져 영결식의 운치를 더하는 듯했다. 영결식 참석자는 물론 영결식을 지켜보는 이들 모두 “영원한 민주주의자가 떠나는 길을 추모하는 서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영결식장은 다소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바리톤 고성현 교수의 추모곡이 울려 퍼지던 오후 3시 기온은 영하 3도, 체감기온 무려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전날 비가 내린 뒤 수은주가 크게 내려간 탓이 컸다. 때문에 장례준비위원회는 영결식장에 1만개의 좌석을 준비했지만 절반 남짓밖에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운구행렬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질 때도 연도에 나온 추모객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교통통제를 받아가며 달린 운구행렬은 예정보다 3,4분 가량 이른 시간에 영결식장에 닿을 수 있었다.
국가장 기간 내내 날씨는 고르지 못했다. 서거 당일인 22일 오후부터는 내리기 시작한 비는 25일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25일 아침에는 서울에서 첫눈으로 기록된 진눈깨비가 흩날리기도 했다. 국회에서 영결식을 지켜 본 정치권 관계자는 “서거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영면에 드는 날까지 시종일관 날씨가 나빴다는 것은 민주주의 큰 산의 영면을 하늘까지 슬퍼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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