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A(68)씨는 지난 2일 새벽 경기 부천시에서 시흥시까지 가는 장거리 손님 남모(21)씨를 태웠다. 조수석에 탄 남씨는 요금을 흥정하더니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로 미리 계산하겠다며 스마트폰을 택시 단말기에 갖다 댔다. 흥정한 요금은 5만원. A씨는 단말기에 화면에 ‘결제 완료’ 창이 뜨자 의심 없이 택시를 몰았다.
하지만 남씨는 몇 ㎞ 안가 급한 일이 생겨 내려야겠다며 4만원만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별 의심 없이 4만원을 돌려줬다. 3,000~4,000원어치 거리를 가고 1만원을 받았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결국 큰 손해를 입었다. 남씨는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갖다 대 결제를 한 것이 아니라 ‘현금 결제’ 버튼을 눌러 결제가 된 것처럼 속였기 때문. 이 버튼을 누르면 ‘결제 완료’ 창이 떠 요금이 결제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요금을 내는 것처럼 속여 택시기사 30여명을 등친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천 원미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남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택시기사 8명을 속여 현금 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는 인천, 부천 일대에서 택시를 타 요금이 5만~10만원이 나오는 수원, 시흥 등 장거리 목적지를 부른 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것처럼 속이고 중간에 하차해 2만~8만원 상당의 요금 차액이나 결제 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남씨는 30여명을 상대로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 확인된 피해자는 8명”이라며 “피해 금액이 적어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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