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양증권(유안타증권)이 동양그룹의 부도 위기를 속이고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 것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지난달 1조3,000억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징역 7년형을 확정한 것을 고려한 판단이다. 현재 동양사태 피해자 3,000여명이 진행 중인 집단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오영준)는 26일 장모씨 등 19명이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4,8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김씨 등 6명에게 각각 86만∼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장씨 등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옛 동양증권이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그룹이 변제 능력이 없는 것을 알고도 회사채를 판매한 것은 법적으로 무효이며, ▦채권판매 직원이 원금 전액 손실 위험을 고지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의 투자 시기를 동양그룹이 1차 구조조정에 실패한 2013년 8월 20일을 기준으로 나눠 그 이후 회사채와 CP 판매에 한해 옛 동양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현 회장의 형사재판을 심리한 항소심이 1차 구조조정 계획은 단지 경영상 오판으로 실패한 것이어서 그 이전 회사채 발행ㆍ판매는 사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적용한 것이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인정, 현 회장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당시 동양그룹에 부정적 보도가 많았고, 투자설명서 등에 동양그룹의 위험이 상세히 적혀 있었으며, 옛 동양증권 대표이사가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점을 고려한다”며 옛 동양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2013년 8월 20일 이전 회사채ㆍCP 투자자들은 옛 동양증권 직원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숨겼다는 것을 개별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만 배상이 인정됐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연 7~8% 고수익을 위해 투자한 것으로 보이고, 당시 동양그룹의 부실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많았던 점 등을 고려해 옛 동양증권의 책임을 20~30%만 물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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