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삼순이는 무려 11년간 한 가족과 살았던 사이테스(CITES·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2급 게잡이원숭이입니다. 그런데 그 가족이 삼순이를 더이상 키울 수 없다며 경남 부경 동물원으로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죠.
삼순이가 삐쩍 마른 채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의 사진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삼순이의 동물원 사육 논란과 함께 사육 환경에 대한 우려(▶기사보기 멸종위기 원숭이 ‘삼순이’, 맘 편히 있을 곳 없나)가 잇따른 건데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삼순이를 도와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을 받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서울대공원, 부경 동물원은 논의를 통해 최근 삼순이를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민영 동물원 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이 삼순이를 관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순이의 이사는 두 동물원의 야생동물 인도, 인수 등록 절차만 남은 상태입니다. 서울대공원은 삼순이가 도착하면 먼저 동양관에 살고 있는 다섯 마리의 게잡이 원숭이 시설 옆 칸에 삼순이를 두고 얼굴 익히기 등의 시간을 가진 다음 합사를 시도해 볼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11년이나 사람처럼 살았던 삼순이를 동물원으로 보내는 게 최선의 방안이냐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삼순이를 구하자’는 카페가 생겼고, 회원만 1,000여명에 달합니다. 일부 카페 회원들은 삼순이를 데려오겠다며 미니동물원카페 설립과 환경청에 사육시설등록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삼순이를 보고 온 회원은 “삼순이가 현재 잘 먹지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삼순이에게는 어떤 방안이 최선일까요? 야생동물 연구에 정통한 수의학자인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부장에게 의견을 들었습니다. 일단 삼순이 단독 개체로만 놓고 봐서는 동물원으로 가는 게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삼순이는 겉은 원숭이지만 속은 사람과 다름 없다고 보면 원래 주인이 키우는 게 가장 좋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삼순이 가족은 삼순이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예전 가족이 삼순이를 키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삼순이를 이전 가족 또는 사육시설을 갖춘 또 다른 개인에게 돌려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닙니다. 삼순이와 같이 불법으로 밀반입된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들을 자진신고 했다고 해서, 또 몰수한 다음 관리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원래 소유주나 사육시설을 갖춘 다른 이들이 키울 수 있도록 한다면 결국 밀반입된 동물들을 개인이 키울 수 있도록 놔두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삼순이에게 현재 주어진 길은 동물원행입니다. 그렇다고 삼순이가 행복할까요. 갈 곳이 생긴 것은 다행이지만 다른 게잡이원숭이들과 함께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삼순이가 그들을 받아들일지 또 게잡이원숭이들이 삼순이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실 동물원 입장에서도 삼순이는 부담이라고 하네요. 동물원은 삼순이가 다른 개체들과 합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삼순이 한 마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또 삼순이도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혼자 살아야 하지요.
김 박사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거래가 많은 유럽에서는 밀반입된 야생 생물을 발견할 경우, 원산지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을 하거나, 사육시설을 갖춘 개인들에게 맡기거나, 이마저도 어려우면 안락사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밀반입된 야생생물이 어느정도 인지 파악하는 단계이지요. 삼순이의 비극은 결국 야생 동물들의 터전을 빼앗고 또 야생동물의 본성을 억제시키며 사람의 환경에 맞춰서 살게 하려는 사람의 욕심에서 비롯됐습니다. 제2, 제3의 삼순이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사라져야 합니다. 야생 동물이든 식물이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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