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전 세계 경기 둔화와 공급과잉 여파로 1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원자재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원유, 구리 등 글로벌 19개 원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CRB지수는 183.4를 기록해 200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올해 들어 20% 가량 하락했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에 비해서는 61% 가량 내렸다.
같은 날 원유 가격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준으로 41.7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원유 가격은 40.39달러까지 하락해 올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12월 배럴당 32.40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그해 7월에는 145달러까지 올랐다. 유가는 현재 2008년 7월 고점 대비 70%가량 하락한 상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도 1톤(t)당 4,490달러까지 떨어졌다. 구리 가격이 4,500달러를 밑돈 것은 2009년 5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니켈 가격(3개월물)도 12년만에 최저치다.
LME에서 니켈 가격은 t당 8,300달러로 2003년 7월 이후 최저고, 철강 가격은 지난 23일 1,670위안으로 2011년 2월 기록한 5,200위안의 3분의 1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원자재 가격이 연일 수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갚지 못해 부도를 낸 기업은 99곳으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222곳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원자재 관련 기업은 40곳으로 전체 부도 기업 중 기업명을 알 수 없는 기업(7곳)을 제외할 경우 전체의 44%에 달했다. 이 중 미국 원자재 기업은 22곳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11월3일 S&P는 미국 휴스턴 소재 석유 시추업체 밴티지 드릴링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D'로 강등했다. 회사가 만기 도래한 2019년 만기 채권 이자 4,080만달러를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S&P는 밴티지가 12월 2일로 끝나는 유예기간까지 이자를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기업들의 경우, 부도(디폴트)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S&P IQ에 따르면 S&P가 올해 신용등급을 내린 전 세계 원자재 기업은 155곳으로 2008년과 2009년의 각각 67곳, 99곳을 크게 웃돌았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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