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편의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지방국세청 간부가 구속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세무조사를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자동차부품 상자 제조업체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구국세청 3급 간부 김모(57)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 대표 홍모씨와 이를 주선한 국세청 직원 배모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대구의 한 세무서 서장으로 근무하던 올해 4월 집무실로 찾아온 홍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5만원권 지폐 1,000장이 든 노트북 가방을 받은 혐의다. 홍씨는 올해 2월 45일간 세무조사로 세무공무원들이 회사에 상주하며 각종 매입ㆍ매출 자료 등을 요구하자 어려움을 느꼈다. 홍씨는 이후 “세무조사는 세무서 직원들과 합의해야 끝나고 세금도 덜 맞는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고 배씨를 통해 김씨를 만났다. 돈을 받은 뒤 김씨는 “해당 업체의 세무조사와 관련해 봐줄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배씨가 김씨를 만나기 전 홍씨에게 ‘세금이 20억원 나올 텐데 절반 정도는 감경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실제 홍씨 회사에 대한 세금은 10억여원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수사가 시작되자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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