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등 제도변화 앞두고 각 증권사 애프터서비스도 진화 중
유안타증권은 지난 6월15일 자사의 투자사후관리 시스템인 ‘마이 티레이더’(MY tRadar)를 통해 중국 주식ㆍ펀드에 투자하고 있던 고객들에게 투자자산을 현금화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일 불타오르던 시기. 불과 3일 전 지수(6월12일 5,178.19)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8년여 만의 최고치였던 만큼 일각의 과열 경계심에도 불구, “곧 6,000선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난무하던 때였다.
하지만 증권사의 과감한 제안에 상당수 고객들은 실제 자금 회수에 나섰다. 유안타증권의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간 교차매매) 관련 투자상품 잔액은 3분의 1이나 급감했다. 그리고 권유는 적중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6월 하순부터 고점 대비 반토막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전진호 유안타증권 온라인전략본부장은 “매도 타이밍 제시에 초점을 맞춘 ‘마이 티레이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년 전 동양사태로 잃었던 고객들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말 도입된 ‘마이 티트레이더’는 차트, 수급, 실적 등 3대 포인트를 기반으로 특정 종목 및 상품의 매도매수 타이밍을 제시하는 시스템. 유안타증권은 이 시스템을 통해 최근 1년 새 국내 온라인 주식거래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끌어올렸다.
그간 주로 상품판매에만 치중했던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사후 관리’에도 상당한 정성을 쏟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업권 간 경계를 허무는 제도변화에 맞춘 대비임과 동시에, 매년 늘어나는 고객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의 변신에 소비자들도 반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안타증권 외에도 KDB대우증권, 유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사후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간 수익률이나 투자잔액 정도를 이메일, 휴대폰 문자 등으로 알려주던 수준에서 벗어나 저마다 나름의 특색을 갖춘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에 분주하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9일 투자위험을 선제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상품 사후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판매한 모든 상품을 성과지표, 유동성 안정성지표, 금융시장지표, 이벤트지표 등 4가지 기준에 맞춰 상시 모니터링한다. 특정 주식이나 지수에서 위험징후가 발견되면 상품부서, 정책부서, 현장PB로 구성된 ‘상품 사후관리 실무협의회’를 열어 문제가 되는 부분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안을 도출한다. 각각의 결과는 실시간으로 PB들에게 전달돼 고객의 자산을 리밸런싱(운용하는 자산의 편입비중 재조정)하는 데 사용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초 ‘챔피언 펀드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관리직원이 매달 한 번 직접 고객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펀드 유지 또는 교체 여부를 조언해준다.
지난 9월 도입된 신한금융투자의 ‘닥터S’는 고객의 총자산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객이 과거에 샀던 주식까지 포함해 분기별, 연별 수익률을 내고, 누적된 성과분석을 통해 고객의 자산이 골고루 투자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애프터서비스 중시 바람은 내년부터 도입될 해외펀드 전용계좌 비과세, ISA 등 환경 변화의 영향이 크다. 증권사 상품에 새 고객층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매력을 키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사후관리 시스템 보완이 증권업계 전반의 민원을 줄일 거란 기대도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발생한 고객 민원 및 분쟁 건수는 2012년 1,620건에서 지난해 2,09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후관리가 철저해지는 것은 증권사와 고객 모두에게 윈-윈으로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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