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말이 없는데도, 단지 침묵이 두려워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혼자 있을 때의 침묵은 더 그렇다. 눈앞에 대화 상대가 없는 상태라고 해서 마음 속 말들이 잠들어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외려 혼자라서 더 잘 떠오르고, 더 답을 듣고 싶어지는 말들. 돌아오지 않는 화살인 줄 알기에 더 멀리 쏘고, 더 확연하게 과녁을 찾고 싶어지는 말들. 그것들에 대한 대답은 그러나, 결코 혼자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의지할 수 있는 이에게 종종 뜬금없는 화살이 날아간다. 답을 찾고 싶다고, 이 깊고 암담한 침묵의 맨살에게 작은 무늬라도 그려달라고. 처음에 문학을 하게 됐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문학을 통해 찾으려 한 궁극의 대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여긴다. 그런 이유로 내가 꼭 챙겨야 할 어떤 이의 침묵(인 동시에 침묵으로 호소해오는 말)을 외면한 채 매정하게 굴 때가 있었다. 당장 찾기 어려우니 어떤 대화도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는 심사였을 거다. 돌이키니 비겁한 짓이었다. 답은 어쩌면 무슨 목표지점처럼 뚜렷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는 걸 피차 알고 있는 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만 그 잡히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한 시늉이라도 같이 나누자는 것. 그리하여 서로 대화를 나누는 그 한 순간이나마 선명한 삶의 확증이 되고 기준이 될 수 있게 시간을 가꿔보자는 것. 귀로 말하는 소릴 내보도록 하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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