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였던 80번 환자(35)가 림프종이 악화돼 사망했다. 메르스는 종식됐으나 유가족들은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억울한 죽음’을 주장하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80번 환자가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 치료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이날 새벽 3시쯤 사망했다”고 밝혔다. 치과의사인 그는 5월27일 감기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14번 환자(35)에게 감염됐다. 이후 116일이나 치료를 받고 지난달 3일 퇴원했으나 다시 양성이 나와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으며, 지난 주말에는 상태가 악화돼 기도삽관 시술을 받았다.
80번 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긴 172일 동안이나 메르스 치료를 받은 것은 림프종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림프종이 발견된 그는 골수이식을 받고 회복됐지만, 메르스에 감염되면서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은 체내 면역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종양이 생기는 질환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80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극소량의 바이러스가 체내에 남아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갔다. 때문에 유족들은 “메르스 전파 가능성이 없는데도 계속 격리되면서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됐다”는 입장이다. 그의 부인은 지난 12일 한 종편TV에 나와 “왜 아픈지, 종양이 얼마나 퍼졌는지조차 검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측은 8월부터 전염력이 없다고 했는데 질병관리본부가 계속 격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종사자라고 밝힌 80번 환자의 친구도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격리로 인해 교수가 회진하지 않고 전공의 1,2년차들이 환자를 보는 상황”이라며 “림프종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격리 병상 특성상 진단과 검사에 다소 불편한 점은 있으나 받아야 할 항암치료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도 “필요한 치료를 다 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는 80번 환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잇따랐다. 고인이 30대로 젊은 나이인데다 4살 아들을 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환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잠복기(14일)의 2배가 지난 뒤인 내달 23일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23일 간 새로운 환자가 없었다”며 지난 7월 28일 ‘사실상 종식’선언을 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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