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 발레의 걸작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이 돌아왔다. 호두까기 인형, 장난감 병정, 과자 왕국 등 화려한 볼거리와 동화적 요소로 공연계 최고 흥행작품으로 꼽힌다. 국립발레단의 한 해 입장료 수입 중 절반 이상, 유니버설발레단(이하 UBC)의 경우 40%를 차지할 만큼 발레단 전체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탄생 120년… 부동의 캐시카우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와 무용가 마리우스 프티파(1819~1910), 그의 조수 레프 이바노프가 함께 만든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하 호두)은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이 바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과자 나라로 환상의 여행을 떠난다.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다.
빛을 본 곳은 미국이다. 러시아에서 망명해 뉴욕 시티발레를 이끌던 조지 발라신이 1954년 미국에서 처음 공연했고,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기록했다. 1957년 텔레비전으로 방영될 정도로 화제가 됐고, 1960년대부터 다른 발레단들도 앞다퉈 ‘호두까기 인형’을 연말 공연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발라신 버전을 비롯해 그리가로비치(볼쇼이발레), 바이노넨(키로프발레), 누레예프판(파리오페라발레), 바리시니코프(아메리칸발레시어터), 라이트(영국로열발레) 등 유명한 개정판만 12개 이상이 된다. 세계 각국의 다종 다양한 버전의 ‘호두’는 이제 ‘달러 박스’로 부를 만큼 효자 상품이 됐다.

국내도 상황이 비슷해 각 발레단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돈벌이 상품)로 꼽힌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관람권 전석이 매진됐고, UBC도 유료객석점유율이 88%에 이른다. 자선공연 초대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진인 셈이다. ‘지젤’ ‘백조의 호수’ 등 대표적인 발레 레퍼토리도 1~5회의 단기 공연에 그칠 만큼 국내 발레 관객층은 얇지만, ‘호두’는 서울 공연을 기준으로 국립발레단 13회, UBC 23회 등 장기 공연을 한다. 그만큼 잘 팔린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호두’ 전막 공연은 단 3회만 했던 서울발레시어터의 경우에도 유료 객석 점유율이 93.4%에 달했다.
3대 발레단, 3색 발레
국립발레단은 2000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 버전을 초연한 이후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을 올렸다. 주인공 클라라를 원작 동화 주인공 이름에 맞춰 마리로 바꾸고 마리 아버지 직업을 의사로 정하는 등 극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역동적인 춤과 오케스트라의 실황 연주가 특징이다. 올해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상임 지휘자 제임스 터글의 지휘에 맞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1막 눈 장면의 군무, 꽃의 왈츠 장면의 군무 의상 24벌, 16벌을 이번에 새로 제작했다. (02)587-6181
1986년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여온 UBC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이 재안무한 버전으로 공연한다. 2막 과자 나라에서 벌이는 세계 각국의 춤을 제외한 90% 이상이 프티파 안무와 같아 가장 원작에 가까운 춤이라고 할 수 있다. 1,2막 사이 쉬는 시간 ‘호두 왕자’와 ‘생쥐왕’으로 분한 마임 배우들이 어린이 관객들과 사진도 찍어준다. 매년 신예들의 주연데뷔 무대로 꼽힌 만큼 새로운 스타도 소개된다. 2011년 입단한 한상이가 19일과 22일 클라라, 2004년 입단한 러시아 무용수 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가 22일 호두까기 왕자로 신고식을 치른다. 070-7124-1798

서울발레시어터(이하 SBT)는 24~26일 고양 어울림누리에서는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가 재해석한 ‘호두까기 인형’을 올린다. 클래식 발레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상모 돌리기와 장구춤 등 한국 민속춤을 비롯한 각국의 전통춤을 소개한다. 스페인의 초콜릿 춤, 프랑스의 풀피리 춤, 아라비아의 커피 춤, 중국 차 춤 등이 펼쳐진다. (02)3442-2637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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