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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용의 ‘정치감동’ 남기고 역사 속에 묻히는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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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용의 ‘정치감동’ 남기고 역사 속에 묻히는 YS

입력
2015.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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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엄수된다. 국회의원 9선의 의회주의자이기도 했던 고인은 민주화와 국가발전에 몸바친 현장인 이곳 의사당에서 국민들과 마지막으로 작별한 뒤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돼 영면에 든다.

고인이 남긴‘통합과 화합’의 유지에 따라 장례위원회에는 정파를 가리지 않고 각계 각층의 인사 2,222명이 참여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도 장례위원회 고문에 명단을 올렸다. 일반 시민들도 영결식 참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 영결식이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며 떠나 보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적인 화해와 통합의 한마당이 되기에 충분하다.

비가 내리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비가 내리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난 22일 서거 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과 전국 220여 개 분향소에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각계 각층의 인사, 일반시민들의 조문 발걸음이 이어지는 등 국민적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2009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열기다. 서울시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정치적 경쟁관계였던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함께 조문객을 맞이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에 공(功)만이 아니라 과(過)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국민들은 고인의 선 굵은 리더십과 소탈했던 인간적 면모를 기리며 한 마음을 이루었다.

불통과 배제의 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경쟁할 땐 경쟁하더라도 협력할 땐 과감하게 손을 내밀었던 김 전 대통령의 통 큰 정치가 새삼 돋보이고 재평가를 받고 있다. 합리적 논리보다는 직관이 뛰어났던 그는 대통령 재직 시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이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믿고 맡기는 위임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가까이서 보좌했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김 전 대통령이 참모들의 직언하는 분위기를 허용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회고했다.

우리 현대정치사의 거인이었던 고인을 떠나 보내며 업적을 기리고 추모했던 열기를 헛되이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1인 보스 중심의 계파정치와 지역주의 등 김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유산은 확실하게 극복하되 거리낌 없는 인재 등용과 소통, 포용의 정치 등 긍정적 유산을 이어받아 오늘의 암울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 대립과 갈등,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봉착한 심각한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김 전 대통령을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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