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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학원 휴일휴무제

입력
2015.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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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는 평일 오후 10시께면 어김없이 교통체증 현상이 발생한다. 교통경찰관과 구청 불법주차 단속반이 출동해도 갓길에 주차한 학부모 차량은 꿈쩍도 않는다. 누가 아이들을 향한 이 열정을 막을 수 있겠냐는 듯이. 주말, 휴일도 다르지 않다. 한 지방 외국어고는 대치동에서 주말 학원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위해 전세버스를 운영한다. 아이들은 학원이 끝나면 여행가방을 하나씩 짊어지고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학교 기숙사로 향한다. 아이들에게 일주일은 그야말로 ‘월화수목금금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 15~24세 학생들의 하루 학습시간은 2013년 기준 7시간50분이다. 학교 집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모두 합친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복지부의 2009년 발표 자료에도 하루 학습시간은 2003년 기준 7시간50분으로, 역시 OECD 회원국 1위였다. 10년 동안 입시ㆍ취업 경쟁이 치열해졌는데도 학습시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의아하다. 7시간50분이라는 하루 학습시간 역시 사교육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한 결과라고 볼 학부모 학생도 많을 것이다.

▦쉼 없이 공부만 하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학생의 절반 이상은 여가 생활을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서울 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48분. 미국 수면재단(NSF)의 청소년 수면 권고시간 9시간에 훨씬 못 미친다. 아이들이 휴일 하루만이라도 공부를 줄이고 잠이라도 실컷 자게 해달라고 아우성칠 만하다. 급기야 지난 23일 교육단체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학원 휴일휴무제’법제화 주장이 나왔다. 학원 일요 휴무를 법으로 강제해 공부와 휴식의 균형을 조금이나마 이루자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신체 발달과 정신 건강 보호라는 명분 앞에서 학원들의 영업의 자유 침해 주장은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이 제도의 법제화 효과가 모두에게 골고루 미칠 수 있을까. 부모의 경제적 배경과 지원이 자녀의 신분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된 현실에서 학원 휴일휴무제는 음성적인 고액 휴일 사교육을 부추겨 아이들의 교육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부모들의 성화에 학원들은 휴일 숙제 폭탄을 안길 테고…. 학생들의 휴일 없는 ‘월화수목금금금’은 난공불락의 성(城)이 돼버린 것일까.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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