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맞은 부도로 생활고를 겪다가 강남 부유층 여성에게 강도짓을 한 50대 사업가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는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52)씨에게 “딱한 사정이 인정되나, 범죄에 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월 5일 오후8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 지하 3층 주차장을 배회하다 벤츠 차량 문을 열고 승차하려던 조모(61)씨를 뒤따라가 조수석에 탔다. 그는 미리 준비한 공업용 커터 칼을 조씨의 목에 대며 “차를 출발시켜라”라고 했지만 조씨는 운전석 문을 열고 달아났다. 이씨가 잠시 흉기를 떨어뜨린 틈에 피해자가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전날부터 밥을 먹지 못해 힘이 없어 커터 칼을 떨어뜨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도주하자 그도 힘겨운 걸음으로 현장을 빠져나갔다가 범행 5일 만에 임시로 머물던 컨테이너 집에서 체포됐다.
학교 건축자재 납품업체를 운영하던 이씨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학교 공사가 급감해 부도를 맞았다. 올해 재기를 꿈꿨지만 메르스 후폭풍으로 예정된 공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끼니 해결조차 힘든 처지로 내몰렸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씨는 공부를 잘했던 딸이 상처 받는 것을 걱정했다“면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정을 알게 된 국민들이 성금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딱한 사정이 인정된다”며 그의 처지를 헤아렸다. 하지만 “자칫 큰 피해로 연결될 수 있었고, 피해자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엄벌을 내린 취지를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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