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사흘째인 25일 고인과 악연의 끈이 가장 굵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빈소를 찾았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호원 두 명을 대동한 채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았다. 부인 이순자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비교적 정정한 모습의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조문한 후 “나이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다”며 차남 현철씨를 위로했다. 현철씨는 전 전 대통령에게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물었고, 전 전 대통령은 “나이가 있으니 왔다갔다 한다”고 답했다.
약 10분간의 조문을 마친 후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의 생전 관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키며 빈소를 빠져나갔다.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관계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서울의 봄’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권을 잡은 뒤 민주화를 요구하던 김 전 대통령을 가택연금했고, 1995년에는 반대로 대통령직에 오른 고인이 5ㆍ18 특별법을 제정해 전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오찬에서 김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데”라며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고 드러내놓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을 조문하면서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전 전 대통령과 함께 5ㆍ18 특별법에 의해 구속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빈소를 찾지 못했다. 대신 장남 재헌씨가 이날 조문했다.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고 한 때 아버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셨으니 당연히 와서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게 도리”라며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못 오셨지만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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