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서울 세종대로 등 도심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보도가 시위대의 폭력성만 부각하는 등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종합편성채널은 물론이고 공정보도에 앞장서야 할 KBSㆍMBC 등 공영방송 역시 진압당국의 입장에서만 집회 시위를 보도하며 여론 편향을 주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좌담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국내 언론들은 집회 시위 주최 측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 시위 과정의 충돌만 사건화해 다루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의식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종편 채널인 TV조선과 채널A는 시위에 참가한 10만 국민을 폭력 반체제 집단으로 매도했고 KBS와 MBC도 이에 동조했다”며 “이는 정부 기관방송을 자처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민언련이 민중총궐기대회를 전후한 13~15일 6개 방송사의 보도내용과 건수를 조사한 결과 총 23건으로 가장 많은 관련 보도를 한 TV조선의 경우 불법ㆍ폭력 관련 내용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집회 엄단론(6건), 민폐 프레임(3건), 종북몰이(2건), 야당비판(2건)이 뒤를 이었다. 반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보도는 단 1건에 그쳤다. KBSㆍMBCㆍSBS 는 각각 4건, 3건, 3건을 보도하는 등 보도 자체에 무관심했다. 김 사무처장은 “각계각층의 10만 대중이 왜 한 자리에 모였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보도가 전혀 없었다”며 “특히 종편에 출연한 패널들은 “물대포를 쏘는 것 외엔 경찰이 특별히 하는 게 없다” “체제전복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한번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식의 강경진압을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현직 기자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지상파는 보도를 너무 안 해서 문제라면 종편은 과도한 프레임으로 반복 보도하는 게 문제”라면서 “날이 갈수록 국내 보도현실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MBC 보도와 관련한 반성도 뒤따랐다. 이 간사는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부상당한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는 영상을 단 한번도 보도한 적이 없다.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상파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 태도 역시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도 “공화국의 핵심인 시위에 왜 시민들이 나섰나에 대한 보도가 저널리즘의 본질임에도 이를 반체제로 규정하는 일부 언론의 프레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집회 시위 보도의 경우 인권보호를 특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언론이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할 때 자신의 주장을 펼치려는 사람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특히 집회처럼 인권침해가 벌어질 수 있는 현장에서 언론이 동료 시민으로서 이를 감시하고 함께 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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