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마지막까지 훈훈했다. 아쉽게 MVP를 놓친 박병호(29·넥센)가 시상식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박병호는 지난 24일 2015 KBO리그 최우수 선수 및 신인왕 시상식에 참석했다. 최근 몇 년 간 그는 이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2012년 처음으로 홈런왕에 오른 그는 올해까지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놓치지 않았고 4시즌 연속 MVP 후보에도 뽑혔다. 이는 1986년부터 91년까지 6시즌 연속 MVP 후보였던 선동열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그 만큼 꾸준했던 박병호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2012년과 2013년 MVP를 차지했지만 올해 그의 시상식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미국 미네소타와 연봉 협상 중인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전 마지막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렸다. 특히 시즌 내내 선의의 경쟁을 펼친 또 다른 MVP 후보 테임즈(29·NC)와의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도 큰 화제였다.
시상식에 참석한 박병호는 시종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경쟁자인 테임즈가 MVP를 수상할 때는 더 큰 미소를 지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박병호가 먼저 정규시즌 홈런과 타점왕을 수상하자 테임즈가 무대 위로 올라와 꽃다발을 전해주고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퇴장했다. 테임즈가 등장할 때부터 환한 미소를 지었던 박병호도 연신 밝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테임즈가 타율과 득점, 장타율, 출루율상을 받자 박병호는 시상대로 올라 역시 90도로 인사를 한 뒤 꽃다발을 전했다. 테임즈도 경쟁자의 축하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병호의 테임즈 축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MVP 투표에서는 박빙의 대결 끝에 유효표 99표 중 50표를 받은 테임즈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병호는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았지만 지난해 서건창(넥센)에게 밀린 데 이어 또다시 MVP 투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단 6표 차이로 무릎을 꿇은 만큼 아쉬움이 남을 법했지만 박병호는 시상식이라는 '축제'를 온전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MVP가 호명되자 박수를 치며 테임즈의 수상을 축하했고, 곧이어 시상대에 오른 테임즈의 머리 위에 화관을 직접 씌워줬다. 이날 현장을 찾은 NC 팬이 테임즈를 위해 준비한 화관이지만, 박병호가 테임즈에게 직접 씌워주기 위해 받아서 갖고 있었다.
테임즈의 MVP 수상에 박병호는 "예상을 했다. 내가 봐도 대단한 기록이었다"며 "오늘은 축하를 해주기 위해 온 것이다"며 웃음 지었다. 승자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2등'의 모습에 시상식은 더 훈훈해졌다.
다음달 9일까지 미네소타와 연봉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박병호는 곧 미국으로 출국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상 이날이 그의 해외 진출 전 마지막 시상식이 될 수도 있는 자리였다. 그는 아쉬움이 아닌 훈훈함을 남기고 새로운 세계의 준비를 시작했다.
사진=임민환 기자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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