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반려인들은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 반려견의 죽음을 부정하고 우울해하고 분노하다가 결국 인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두 마리의 반려견이 서로를 의지하며 오랜 시간 함께 살다가 한 마리가 죽게 된다면 남아있는 한 마리의 감정은 어떨까. 실제 남겨진 반려견들은 다양한 행동을 보인다. 사료 먹기를 거부하는가 하면 잠을 더 많이 잔다거나 반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할 수도 있다.
독일에서 수의사로 활동하던 당시 만난 대형견 바루(10세· 아이리쉬 울프하운드)의 보호자는 바루를 포함해 4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바루는 자신의 몸을 잘 가누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고, 보호자는 집으로 와서 바루를 안락사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남은 반려견들이 바루의 죽음을 본다면 혼란을 겪지 않고 동료 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였다. 반려견이 다른 개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슬픔을 더 잘 극복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지만 보호자가 반려견의 죽음이 남은 반려견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은 이해가 갔다.
개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조직 구성원이 사라질 경우 자신이 속한 사회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다른 한마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어제와 오늘, 내일이 한결 같은 평온한 일상임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식사시간과 산책시간, 놀이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만약 반려견이 사료 먹는 것을 거부한다면 사료를 손으로 하나씩 먹인다든가 간식을 주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자신의 밥그릇에 놓인 사료를 먹지 않았을 때 보호자가 손으로 사료를 주거나 간식을 주면 보호자의 관심을 얻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일종의 보상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 또 다른 반려견과 함께 보냈던 시간에 보호자가 집중적으로 놀아주면서 남아있는 반려견에게 다른 반려견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많은 보호자들은 새로운 반려견을 입양해서 죽은 반려견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을 고려한다. 하지만 남아있는 반려견이 갑자기 변한 사회구조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낯선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게 되면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다른 반려견 입양은 보호자나 남아있는 반려견에게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는 것을 권한다.
지나치게 불안해 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짖는다거나 어딘가에 숨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상실감이 심한 반려견의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 행동을 방치하면 치료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기 때문에 제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이혜원 수의학 박사(충현동물종합병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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