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야수 손아섭(27)의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이 허무하게 좌절됐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대상으로 한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결과 '무응찰'이라는 굴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에게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포스팅에 도전한 역대 선수들 가운데 응찰 구단이 없었던 건 2002년 2월 진필중(당시 두산) 이후 처음이다.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도울 계획이었던 이윤원 롯데 단장은 "금액만 고민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 손아섭이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전날 입소한 세종시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소식을 전한 손아섭은 롯데 구단을 통해 "괜찮다. (황)재균이 형의 포스팅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현실을 받아 들였다.
손아섭이 에이전트를 선임하고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힐 때만 해도 야구계는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타율 3할1푼7리에 13홈런, 11도루를 기록했으며 2010년부터 6년 연속 3할 타율을 올렸다. 특히 현역 선수 가운데 통산 타율 1위(0.323)로 최고의 정교함을 자랑하는 타자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28ㆍ피츠버그)나 최근 미네소타부터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를 제시 받은 박병호(29ㆍ넥센)의 성공 사례가 있었기에 금액만 고민하면 될 것으로 보였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볼티모어를 비롯해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격적인 결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냉정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손아섭은 메이저리그에서 큰 매력을 느낄 만한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박병호는 국내 최초의 2년 연속 50홈런을 비롯해 홈런왕 4연패를 달성한 슬러거이며, 강정호 또한 지난해 유격수 최초로 40개의 홈런을 때린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이미 몇 차례 실패 사례가 나온 일본인 교타자들에 의해 현지에서의 기대감이 떨어진 점, 크지 않은 체구와 뛰어나지 않은 수비력도 저평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모 에이전트는 "포스팅은 구단들과 사전 교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응찰 구단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건 정보와 준비 부족의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NBC 스포츠는 "손아섭은 미네소타로부터 포스팅 금액으로 1,285만 달러를 제시받은 거포 1루수 박병호와 같은 레벨의 선수는 아니지만 그에게 어떤 구단도 입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움으로 다가온다"고 보도했다.
한편 롯데는 손아섭의 포스팅이 유찰됨에 따라 수일 내에 같은 팀 내야수 황재균(28)에 대해 포스팅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손아섭과 함께 입소한 황재균은 구단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포스팅 신청 의사를 밝혔다.
사진=손아섭. /임민환기자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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