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현충원에 마련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내외 묘역은 호사가들의 입담에 자주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3남매가 한때 어려움을 겪자 묘 자리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2007년 박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는 수맥이 발견됐다 해서 보강공사를 했다. 먼저 자리잡은 육 여사의 터가 풍수지리상 썩 좋은 자리가 아니어서 나중에 박 전 대통령 묘를 조성할 때 수백 트럭의 흙을 날라다 풍수를 보강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명당 논란은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울현충원에 안장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서울묘역이 포화상태여서 대전현충원을 조심스럽게 권했다. 하지만 유족 측이 서울에 모시길 간곡히 원하자 급히 동작동 묘역을 점검했다. 4기 정도는 가능하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청와대는 이 대통령까지 묻힐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허용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통령 묘역 바로 옆에 넓은 부지가 있었으나 돌이 많아 유족 측은 80평에 불과한 현재의 자리로 결정했다. 명당에서만 나오는 오색토가 출토된다는 지관의 권유도 있었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안장될 서울현충원 장군제3묘역 인근 터가 명당이라고 한다. “풍수로 보면 300m 떨어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더불어 공작새의 두 날개에 해당한다”는 게 지관의 설명이다. 동작동을 국립묘지로 택한 국내 풍수계의 대부 지창룡은 생전에 이곳 묘역 전체가 명당이라고 했다.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의 요청으로 헬기를 타고 후보지를 둘러보던 그는 관악산으로부터 맥이 뻗어 나온 동작봉 아래로 시선이 꽂혔다. “공작새가 아름다운 날개를 쭉 펴고 있는 공작장익형(孔雀張翼形) 길지였다”고 그는 저서에서 밝혔다.
▦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이 묻힌 곳은 그 자체로 명당의 조건을 갖췄다는 풍수학자들도 있다. 현대 풍수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이타심의 최고봉이 모셔진 자리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현충원 입구에서부터 평탄하게 펼쳐져 있는 사병묘역이 최고 자리라고 봤다. 국민의 80%가 화장을 원하는 요즘 시대에 사후에 묻힐 명당에 관심을 쏟는 건 퇴행적이다. 생전에 올바로 사는 길을 고민하는 게 더 나을 듯싶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