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과격 시위를 비판하면서 ‘불법’이라는 표현은 열 차례, ‘폭력’은 아홉 차례나 썼다. 일부 시위대가 쓴 복면을 이슬람국가(IS) 테러조직원들의 복면에 빗댔고, 시위를 틈타 외국 테러단체가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극렬 시위와 배후 세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우려와 불신이 그 만큼 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원래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돼 있었지만 전날 청와대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불법 폭력 시위 엄단 지시와 경제법안들을 뭉개고 있는 국회에 대한 경고를 비롯해 국정 지침을 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 듯하다.
박 대통령은 과격 시위 관련 발언을 마친 뒤 국회로 타깃을 바꾸었다. 박 대통령은 “백날 경제를 걱정하면 뭐 하느냐”며 “(경제 살리기 입법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인데, 만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할 일은 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양 손을 몇 차례씩 번갈아 들어 올리는 등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민생을 위하는 진실한 사람만 선택 받도록 해 달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했는데도 국회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의 FTA 국회 비준이 이번 주까지 이뤄지도록 해 달라”며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면 경제에 가중되는 어려움을 감당하기가 참 힘들기 때문에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회의 테러방지법 처리도 거듭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테러 입법이 14년 간이나 지연돼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IT)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법적 규제로 테러 대응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테러 법안들을 잠재우고 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정부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극심하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권 전체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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