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이 이북이라 각하와 백두산 가기로 했는데…”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37년간 보좌해온 김기수(70) 비서관은 서거 사흘째인 24일에도 묵묵히 빈소를 지켰다. 그는 “아침에 눈만 뜨면 하루 종일 각하(YS)와 같이 지낼 정도로 부모보다 더 오래 모셨는데 (너무 슬퍼) 눈물이 말랐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 비서관은 1979년 5ㆍ30 신민당 전당대회 때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YS의 그림자’였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총재를 역임할 당시에는 보좌역으로,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 수행실장으로 일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그는 전직 대통령 비서관(1급) 자격으로 줄곧 곁에 남았다.
김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나, 어느 누구보다도 믿고 신뢰한 분신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수야 어딨노”라며 그를 찾았다. 다른 수행원들도 급할 때마다 김 비서관에서 SOS를 요청했다.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이튿날 새벽 상도동 자택에서 신던 조깅화를 찾자 당황한 경호실이 김 비서관부터 찾은 일은 정치권에서 유명한 일화다.
김 전 대통령과 김 비서관의 각별한 관계는 다른 정치인들도 모두 인정하는 바다. 실제로 지난 22일 빈소를 찾은 김종필 전 총리는 김 비서관을 “끝까지 아버지(YS)를 모신 충신”으로 평가했고,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김 비서관의 마음이 어떨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각하는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셨고 내가 실수를 해도 한 번 호통친 후에는 뒤끝이 없는 분이었다”며 “그 어떤 정치지도자보다도 모시기 좋은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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