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내전 와중에 정부군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반군을 지지하는 미국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후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공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을 갖고 “미국의 정책은 오히려 중동을 위협하고 있으며, 시리아 대통령 축출하려는 미국에 반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이란에 50억달러(5조8,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자금을 투입하고 군사 무기 지원도 강화하는 등 양국간 공조 체제를 강화했다고 러시아 크램린 궁이 24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수출국포럼(GECF)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다. 크램린궁은 “세계 열강들이 그들의 정치적 관점을 시리아에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도 이날 홈페이지에서 “미국은 오랜 기간 시리아 등 중동 전역을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며왔다”며 “이는 러시아와 이란을 비롯 모든 나라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때문에 이란과 러시아는 더 친밀한 협력을 통해 이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시리아 평화협상에 대해 “미국이 시리아 내에서 군사 작전에 실패하자 이를 정치적인 방법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양 정상은 시리아 사태 해결과 관련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억지로 끌어내려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 등 서방국들의 해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고위관료는 “시리아 대통령은 다양한 정치ㆍ종교ㆍ인종적 관점이 반영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이라며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외부 시도에 함께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수백만 명의 난민을 양산한 시리아 내전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자처하며 줄곧 아사드 정권을 지지해왔다.

러시아는 또 군사ㆍ경제 부문에서 이란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이란에 발전소와 항만 확충 등 35개 인프라 건설사업에 50억달러(5조8,00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에도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운동에 직면하자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었다. 타스통신은 “우크라이나 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가 이란을 동맹국으로 대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주재 이란 대사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부터 이란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공급하는 한편, 이란 핵 장비ㆍ기술 수출 금지 조치를 완화했다. 이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이슬람 수니파 강국과 연합하면서 ‘미국-수니파 라인’을 강화하자, 러시아도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함께 ‘러시아-시아파 라인’으로 맞대응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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