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현지법인 100척 건조는 국내 처음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수빅경제자유구역(SBMA)에 자리잡은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24일 찾은 이 조선소의 독(배의 모양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작업장)에는 그리스 코스타마레사가 발주한 길이 330m, 폭 48.2m, 높이 27.2m 규모의 1만1,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다는 의미)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판을 잘라 용접해 만든 각 부분(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달 9일부터 모두 80개 블록을 탑재해 전체 230개 블록 중 40% 가량 공정을 마쳤다. 윤태기 탑재팀 부장은 “수빅조선소가 100번째로 만드는 이 선박은 축구장 7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인 길이 550m, 폭 135m의 독이 있었기 때문에 건조가 가능했다”며 “내년 1, 2월에 진수(마무리 작업을 위해 독에서 배를 빼내는 것)해 발주사에 넘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현지법인 수빅조선소가 완공 6년 만에 100번째 선박 건조에 착수했다. 국내 조선소의 해외 현지법인 중 신조선 분야에서 100척 건조 실적을 달성한 것은 수빅조선소가 처음이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은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조선업계의 불황에 대비해 2006년부터 19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입해 2009년 수빅조선소를 완공했다. 이 곳은 90만평 부지에 길이 550m, 넓이 135m의 초대형 독과 총 길이 4㎞에 이르는 10개의 안벽, 600톤을 옮길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춰, 연간 60만톤의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 영도조선소의 독이 길이 300m, 폭 50m에 불과해 최대 5,000TEU급 선박 밖에 만들지 못했던 반면 수빅조선소는 2만TEU급 선박도 만들 수 있어 초대형선과 고부가가치선을 건조할 수 있다. 그 덕에 수빅조선소는 완공 후 이달까지 컨테이너선 59척, 벌크선 27척 등을 인도했다.
경기가 안 좋았던 지난해에는 적자를 냈지만, 2012년과 2013년에는 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도 매출 1조1,5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심정섭 수빅조선소 대표는 “필리핀 노동자의 생산성이 한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인건비는 10%에 불과해 저가로 밀어붙이는 중국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수빅(필리핀)=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