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평항 방파제.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 맘 때는 먹으러 떠나는 여행도 괜찮다. 조금만 눈 돌리면, 맛 좋고 영양 풍부한 겨울철 별미가 곳곳에 가득하다. 한국관광공사가 12월 가볼만한 여행지로 맛있는 별미가 기다리는 포구들을 추천했다. 자연이 기른 건강한 음식들은 몸이 겨울 한 철 무탈하게 날 수 있도록 돕는다. 포구의 바람은 또 마음 참 맑고 상쾌하게 만드니, 겨울 들머리에 포구 찾아가면 '힐링'이 절로 된다.
▲ 굴솥밥. 한국관광공사 제공
● 굴…충남 보령 천북
굴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철이다. 8월에 산란을 마친 굴은 가을에 살이 차기 시작해 겨울에 최상의 상태가 된다.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에 위치한 천북 굴단지는 '굴 구이'의 원조다. 굴 하면 경남 통영을 떠올리지만 굴 구이하면 단연 천북 굴단지다. 홍성방조제 끝자락 바닷가를 배경으로 100여 곳의 굴 구이전문점이 들어서 있는데, 겨울철에만 운영한다.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단연 굴 구이다. 소쿠리에 가득 담긴 굴을 불판 위에 소북이 올리고 익힌 후 양손에 장갑을 끼고 작은 칼로 껍질을 벌려 까먹는다. 굴 찜도 인기가 좋다. 굴 향기가 가득한 굴밥, 굴 탕수육, 굴전 등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천북에 굴이 있다면 오천항에는 키조개가 있다. 키조개는 생긴 모습이 곡식의 검불을 까부르는 키와 비슷하다. 전남 장흥 등 남해에서 채취해 일본에 수출했으나, 1970년대 들어서 서해 오천항 근처에 많이 서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천항이 키조개 주 생산지역으로 유명해졌다. 키조개 속에는 연한 요구르트 빛의 패주(키조개 관자)가 박혀 있다. 조개 크기가 크다보니 여느 조개처럼 살을 모두 먹는 게 아니라 패주와 날개 부분을 먹는다. 패주라 해도 웬만한 조갯살 보다 훨씬 크다. 맛은 달짝지근하면서도 보드랍다. 쫄깃한 식감도 일품이다. 회로도 먹고, 쇠고기 등심과 짝을 이뤄 불판구이로도 먹는다.
▲ 도루묵찌개. 한국관광공사 제공
● 양미리ㆍ도루묵…강원 속초 속초항
서해안에서 봄에 잡아 액젓을 담그는 까나리를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 부른다. 알을 낳으러 연안으로 몰려오는 초겨울에 그물로 잡는다. 칼슘과 철분,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며, 생으로 구워 먹거나 꾸덕꾸덕하게 말려 간장에 조려 먹는다.
도루묵도 양미리처럼 차가운 물에 서식한다. 동해를 비롯해 캄차카 반도, 사할린,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 해역에 주로 분포하고, 양미리와 비슷한 시기에 산란을 위해 떼를 지어 동해에 나타난다.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부터 거진, 아야진, 양양, 속초, 주문진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크고 작은 항구가 일제히 분주해지는 때가 바로 이때다.
속초항은 요즘 하루 종일 활기가 넘친다. 어선들이 부려놓은 양미리와 도루묵이 한 가득이다. 주변에 들어선 포장마차마다 양미리와 도루묵 구이 등을 판매한다. 1만원이면 양미리 13~15마리와 도루묵 서너 마리를 먹을 수 있다. 저렴하게 구입도 가능하다. 양미리가 30~40마리에 1만원, 알배기 도루묵은 15~20마리에 1만5,000~2만원 선이다.
▲ 간재미무침.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간재미…경기 화성 궁평항
궁평항은 전곡항과 더불어 화성을 대표하는 항이다. 서울과 가까워 나들이를 겸한 미식 여행지로 인기다. 겨울에는 굴, 대하 등 제철 해산물이 풍성하다. 궁평항에는 수산물직판장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하고 현장에서 맛 볼 수 있다. 특히 겨울 정취와 어우러진 조개구이를 떠올리지만 토박이들은 간재미를 먼저 맛본다.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 간재미는 겨울철에 살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겨울에도 무침으로 즐겨먹는 이유다. 물론 간재미탕 또한 별미다. 궁평항 북쪽의 송산면은 송산포도가 유명하다.
▲ 대구 말리기가 한창인 외포항. 한국관광공사 제공
● 대구…경남 거제 외포항
거제는 굴구이와 대구요리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굴하면 이웃한 통영을 떠올리지만, 거제에서도 통영 못지 않게 굴이 많이 생산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넘어 호곡, 녹산, 법동 등지를 지나 거제면 내간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에 굴양식을 위한 지주들이 끝 간 데 없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간리 해안가에는 굴구이를 내는 집이 여럿 모여 있는데, 굴튀김이며 굴무침, 굴구이, 굴죽 등 다양한 굴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커다란 철판 위에 싱싱한 생굴을 껍질째 올려놓고 구워먹는 굴구이는 굴 특유의 진한 맛을 잘 느끼게 해준다.
거제를 대표하는 또 다른 겨울 음식은 대구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대구 산란기인데, 이때 잡히는 알 잔뜩 머금은 대구는 천하일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대구 집산지인 외포항에는 대구요리를 내는 식당 10여곳이 늘어서 있다. 뽀얀 국물의 대구탕은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 붉은 대게탕. 한국관광공사 제공
● 대게…경북 울진 후포항
대게철이 시작되는 12월이면 후포항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대게를 실은 어선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 받은 대게는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간다.
대게는 겨울부터 초봄이 제철이다. 12월 이전에는 금어기로 아예 잡을 수가 없다. 대게는 찜으로 먹는 게 정석이지만 탕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얼큰하면서도 달큼한 국물이 추위에 언 몸을 녹여준다. 붉은대게는 대게보다 한 달 일찍 금어기가 풀린다. 붉은대게는 대게에 비해 붉은 빛이 많이 돌아 홍게라고도 부르는데, 붉은대게로 탕과 찜을 해도 대게에 뒤지지 않는 쫄깃하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칼슘, 철분, 인 등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
물메기를 울진 일대에서는 물곰이라고 부르는데 뽀얗게 끓여낸 물곰탕은 해장으로 그만이다. 맑게 끓이기도 하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한다. 껍질만 벗겨내고 뼈째 끓이면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난다.
▲ 삼치회. 한국관광공사 제공
● 삼치…전남 고흥 나로도항
나로도항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삼치파시가 열렸고, 1960∼70년대까지 삼치수출선으로 호황을 누렸다. 예전만 못해도 여전히 삼치배가 드나들고, 삼치경매가 열린다. 12월에서 1월에 나는 3~4kg 정도의 삼치가 가장 맛이 좋다. 또 눈 색깔이 선명하고 아가미가 빨간색인 것이 싱싱한 삼치다.
나로도항 일대에는 순천횟집 등 삼치회를 내는 횟집이 많다. 삼치회는 두툼하게 썰어서 나오는데, 김이나 묵은지를 이용해 먹는다. 김 위에 삼치회를 올린 뒤 양념장을 곁들여 먹거나 묵은지에 삼치회를 싸서 먹는다. 쫄깃한 식감은 활어회에 비해 적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에 고추냉이를 조금 얹고 그 위에 삼치회를 올리면 삼치초밥이 된다. 씹을수록 삼치회 특유의 고소한 맛이 훨씬 오래간다.
나로도에서는 삼치회 뿐 아니라 미역국에 삼치를 넣어 끓이는 삼치미역국, 삼치의 껍질을 벗겨 순살로만 만드는 삼치어죽도 만들어 먹는다.
▲ 키조개 회. 한국관광공사 제공
● 키조개ㆍ매생이…전남 장흥 수문항
안양면 수문항 일대는 키조개의 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어른 얼굴 크기의 키조개는 회로 먹고, 살짝 데쳐 먹고, 탕으로 먹는다. 탕으로 맛보면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며 부침개로 내놓기도 한다. 장흥 주민들은 예전부터 미역국에 고기 대신 키조개를 넣어 먹었다. 키조개와 함께 한우, 표고버섯이 궁합을 이룬 장흥삼합은 이곳 명소인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주요 메뉴다.
회진면 내저리는 매생이의 주요산지다. 장흥에서는 미역국 만큼이나 흔한게 매생이국이다. 매생이는 칼국수, 전으로도 먹지만 국으로 먹어야 본연의 맛을 낸다. 매생이국에는 장흥의 석화를 넣거나 돼지고기 등심살만 볶아 넣기도 한다. 건더기는 미지근하고 신선하며, 국물은 뜨거워야 제대로 된 매생이국이다.
소등섬이 있는 남포 일대는 자연산 굴로 명성이 높다. 자연산 굴은 12월 중순을 넘어서야 모습을 드러내지만 양식 굴은 이미 맛볼 수 있다. 관산읍 죽청 해변에 양식 굴구이 집들이 늘어서 있다.
▲ 참매자조림. 한국관광공사 제공
● 민물고기 매운탕…충북 충주
남한강이 흐르는 충주는 포구가 발달한 고장이다. 참매자조림과 새뱅이탕은 충주 민물고기 매운탕집의 대표 메뉴다. 참매자조림은 목계나루 인근에서 맛볼 수 있다. 참매자는 충주 사람들이 참마자를 일컫는 말이다. 시래기와 함께 자작하게 조린 맛이 일품이다. 새뱅이탕은 중앙탑공원 인근에서 맛볼 수 있다. 새뱅이탕 주재료는 충주댐에서 잡은 징거미. 요즘은 징거미가 부족해 보리새우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새우의 맛이 우러나 시원하고 개운한 새뱅이탕은 민물고기 특유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