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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전쟁 통에 동물 타령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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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전쟁 통에 동물 타령이라니요!

입력
2015.11.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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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시리아에서 키우던 반려견 로즈를 데리고 그리스로 넘어온 아슬란. 사진: UNHCR 페이스북
고향 시리아에서 키우던 반려견 로즈를 데리고 그리스로 넘어온 아슬란. 사진: UNHCR 페이스북

전쟁과 테러와 난민. 최근 쏟아지는 단어에 스며있는 공포가 이상하게 내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울 뿐. 남의 불행에 구경꾼이 된 것 같아서 문득문득 죄책감이 밀려왔다.

동물 관련 내용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한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난세는 약자에게 지옥’이 아닌가. 그중 동물은 약자 중의 약자니까. 시리아 난민 행렬 속에 반려동물과 함께 도망쳐온 사람들이 보였다. 새끼고양이를 안고 지중해를 무사히 건넌 남자와 허스키 강아지가 든 이동장을 들고 500㎞를 걸어와서 다시 그 보다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소년. 차마 반려동물을 두고 오지 못한 그들은 동물을 챙기느라 정작 필요한 짐은 거의 못 챙겼으면서도 함께 있음에 감사했다.

나는 이들을 보고서야 그들의 전쟁과 공포, 난민의 처지가 내 일처럼 다가왔다. 그들도 나처럼 개, 고양이와 일상을 보내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두고 올지 함께 떠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고뇌가 이해되었다. 전쟁터에 남아 있거나 난민과 함께 떠난 동물을 돌보는 단체가 있다면 돕고 싶었다.

전쟁과 테러가 발생하면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의 희생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쟁과 테러가 발생하면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의 희생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운영하는 로렌스 앤서니는 2003년 전쟁 통에 고통 받고 있는 동물원 동물을 구하러 직접 이라크로 들어간다. 이라크로 입국하려는 그를 국경 보초병이 막아선다.

“제정신입니까? 인간끼리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이 상황에 동물타령이라니요!”

이라크에서 가장 큰 바그다드 동물원을 찾은 그는 동물의 95퍼센트가 폭격과 약탈로 사라진 것을 목격한다. 남은 동물도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다. 총이 있다면 쏴 죽이는 게 자비롭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참했다. 전쟁 통에서 동물은 도망치지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없었다.

참담한 상황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양동이’였다. 동물원을 정상화하는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게 고작 양동이라니! 바그다드는 상수도가 끊긴 지 오래되었고 물을 우리로 연결하는 파이프는 파괴되었다. 2주가 넘게 물을 먹지 못한 사자는 혀가 바짝 말라 부어올라서 물을 마실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물을 나를 수 있는 양동이는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물건이었다.

물 다음은 먹이, 위생 순으로 동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그다드 동물원의 동물들이 죽음에서 벗어나자 이라크 내 다른 곳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도 구조한다. 사담 후세인의 아들이 사육하던 사자를 구조하면서 타조도 함께 구조했는데 바그다드 거리를 뒤뚱거리며 달리는 타조를 미군이 ‘자살폭탄 동물부대’로 오인해서 사살당할 뻔하기도 한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동물원은 재개장을 한다.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동물원의 개장은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였다. 일상. 소중한 단어이다.

그 몇 달 동안 각기 다른 입장의 사람들 사이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물을 구하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과 또 다른 입장의 미군과 이라크 행정부, 동물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국제동물단체는 때로는 부딪치고 타협하다가 갈라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물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던 보통사람들의 마음이 많은 생명을 살렸다. 동물원 직원들은 미군에 협력한다는 오해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총알이 쏟아지는 전투 지역을 지나서 매일 동물을 돌보러 출근했고, 군인들은 자기가 먹을 전투식량을 동물들에게 먹이고 돈을 모아 먹이를 사서 날랐다. 바그다드 동물 구조대는 전쟁과 테러라는 커다란 공포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길 수 있는 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공장 김보경 대표
책공장 김보경 대표

책공장 김보경 대표

참고한 책: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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