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아직 내년 시즌은 시작도 안 했지만, '예상'부터 험난하다. 넥센이 '대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넥센은 지난 23일 '밴헤켄(36)이 올 시즌 종료 후 일본 프로리그로의 진출을 희망해왔다. 이에 구단에서는 그동안의 공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일본 진출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의 부재로 인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밴헤켄은 지난해 20승(6패)을 달성하는 등 팀의 에이스로 2012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넥센 유니폼을 입고 통산 58승32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마운드가 유난히 약했던 넥센에서 에이스 밴헤켄의 존재감은 '승수' 이상이었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제 역할을 해왔다. 지난 4년간 120번 선발 등판해 넥센 투수들 중 가장 많이 선발로 나섰으며 이 중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66번을 기록했다. 새로운 외인 투수가 이미 한국 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밴헤켄 만큼의 활약을 해줄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타선에서의 공백도 만만치 않다. 2011년 7월 트레이드 이후 팀의 4번 타자를 맡았던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미네소타와 연봉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박병호는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는 등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활약했다. 박병호가 없는 넥센 타선은 이전보다 힘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투·타의 기둥을 모두 잃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FA(프리에이전트)들의 거취도 지켜봐야 한다. 넥센에서는 올해 이택근과 유한준, 손승락, 마정길이 FA를 신청했다. 올 시즌 23홈런을 때려내고 리그 안타(188개)왕에 오른유한준과 통산 세 차례 세이브 왕을 차지한 손승락은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됐다. 타 구단에서도 탐을 내고 있는 이들이 만약 팀을 떠날 경우를 가정한다면 넥센으로서는 완전히 투타 전력을 새롭게 짜야 할 만큼 전력 누수가 커진다.
난관은 또 있다. 새 구장 적응이다. 넥센은 홈으로 쓰던 목동구장을 떠나 내년 시즌부터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뛴다. 다른 구장에 비해 다소 작은 목동구장의 특색을 살려 중장거리 타자들로 타선을 꾸리면서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쳤던 넥센의 팀 컬러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생소한 돔 구장인 만큼 얼마나 빨리 새로운 야구장에 적응하느냐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갖은 난관에도 희망은 있다. 넥센은 지난해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힌 강정호(28·피츠버그)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며 타선의 공백과 함께 수비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신인 김하성(20)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단박에 꿰차며 강정호의 공백을 단숨에 지워냈다. 김하성은 풀 타임 첫 해부터 140경기를 소화해내며 19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2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내년 시즌 맞을 대형 악재들 역시 새로운 기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넥센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염경엽(왼쪽) 넥센 감독.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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