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정부와 민주노총 간 ‘평화 집회’ 중재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어서 내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대화 창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과 한상균 위원장은 23일 오후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만나 1시간가량 면담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2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평화적 진행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차단 등 세가지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는 2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한 위원장의 중재요청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특히 평화 집회 중재에 상당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배석한 조계종의 한 인사는 “도법스님은 ‘한국 사회가 불과 불이 맞붙고, 쇠와 쇠가 부딪치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평화와 공존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중재해 보겠다는 의욕이 강하다”고 전했다. 도법스님은 “정부에도 강하게 호소할 테니 (집회 주최 측으로서) 평화집회를 꼭 유념해달라”고 한 위원장에게 신신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도 이날 오전 열린 종무회의에서 한 위원장 거취와 관련, “조계사와 조계사신도회, 화쟁위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잘 대처하라”고 언급해 화쟁위의 중재노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경찰은 불법시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청은 민노총이 지난 21일 이뤄진 본부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압수수색 임박, 문서 PC 서버 보안 철저’라고 적힌 문건을 확보하는 등 사전에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노총은 2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강도를 높여 애초 전국 각지에서 분산 개최하려던 것을 상경투쟁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노총 관계자는 “2차 집회에 이어 12월 총파업도 대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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