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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보고 싶다’는 말

입력
2015.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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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든 ‘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 무뚝뚝한 성격 탓일 거다. 그로 인해 누군가를 상심케 했다는 사실은, 늘 무슨 사건이 지나고 났을 때 깨달았다. 사소하고 때론 낯간지러울 수 있는 말의 부재가 관계의 커다란 결락으로 확산되는 상황. 굳이 말을 해야 아느냐, 하는 속내였거나, 말이 자극하거나 왜곡시키기도 하는 감정의 분방한 결들을 저어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될 것을 해 아래 끄집어내 어떤 감정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촉기를 메마르게 한다는 외곬의 불신이 뿌리 깊었던 탓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시를 쓰고 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게 스스로 모순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 몽매스러운 자의식에 지쳤던 걸까. 요즘 자신의 감정에 대한 검증과 확신을 위한 말들을 많이 읊조리게 되었다. 상대방에게든, 자신에게든 짐이 되거나 독이 될 거라 여겼던 말들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피차 꾹 닫힌 마음 속 오해만 곰팡이처럼 피워 거울 속 괴물을 키우게 되는 게 무서워 진 걸 수도 있다. 말은 대개 답을 요한다. 그러나 답 이전에 자기선명성을 다지며 이편을 보는 상대의 눈빛에 확신을 얹어줄 말은 그 자체로 분명하고 소중하다. 그래, 거듭 되뇌어 본다. 낯간지럽고 민망하나 그게 아니면 자각 못할, 단순하나 심오한 말을. 이를테면 “보고 싶다” 같은 말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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