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아프리카 말리 수도의 고급호텔을 습격한 테러범들이 당시 에어프랑스 항공사 직원들을 살해하기 위해 호텔 내부를 수색하고 다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 보도했다.
이 호텔 경비원 등이 이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무장 괴한들은 사건 당일 수도 바마코에 있는 5성급 래디슨블루 호텔에 진입하고 나서 한 경비원에게 에어프랑스 승무원들이 몇 층에 머무르고 있는지 대답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그 경비원은 의도적으로 다른 층인 7층을 알려줬고 나중에 이를 알아챈 괴한은 다시 그 경비원에게 가 총을 쏴 그를 숨지게 했다.
호텔 피습 당시 근무 중이었던 카심 하이다라 직원은 그 괴한들에게 최우선순위는 프랑스 국적자였다고 말했다.
괴한은 지난 2년간 프랑스가 말리 북부의 이슬람주의자들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펼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프랑스인을 목표물로 삼았다고 그는 추정했다.
에어프랑스 항공사는 이 사건 직후 파리와 바마코를 오가는 하루 2편의 항공편 노선을 중단시켰다. 에어프랑스는 래디슨블루 호텔에서 자사 직원이 테러범의 공격 목표물이었는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7시쯤 이 호텔에 무장 괴한들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인질극을 벌여 용의자 2명이 사살되고 러시아인과 중국인, 벨기에인, 말리인 등 인질 19명이 숨졌다.
프랑스는 이 호텔에 머물던 에어프랑스 조종사 2명을 포함한 승무원 12명이 무사히 구출됐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무라비툰은 자신들이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IM)와 함께 인질극을 벌였다며 범행을 자처했다.
알무라비툰은 또 이날 새로운 성명을 내고 호텔을 공격한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단체는 “이번 공격을 실행한 이들은 압델 하킴 알안사리와 모아드 알안사리 등 2명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말리 수사 당국은 최소 3명의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특별 조사관들을 말리로 보내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말리는 이후 종족 간 분열이 깊어지면서 2012년 투아레그 족의 반란에 이어 군사 쿠데타에 따른 정권 붕괴, 이슬람 반군의 북부 지방 점령, 프랑스의 군사 개입 등으로 극심한 내분을 겪어 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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