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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주연 '남과 여' 개봉 연기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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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주연 '남과 여' 개봉 연기한 까닭은

입력
2015.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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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남과 여’의 주인공 배우 전도연.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남과 여’의 주인공 배우 전도연.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었던 배우 전도연(43)과 공유(37)가 주연한 슬픈 멜로 영화 ‘남과 여’의 개봉 시기가 내년 3월께로 연기됐다. 영화계에서는 “충무로가 ‘칸의 여왕’ 전도연 지키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화의 편성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대개 배급사의 몫이다. ‘남과 여’의 배급사는 올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암살’(7월 개봉)과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사도’(9월 개봉)의 쇼박스다.

쇼박스는 지난 주 이병헌 조승우 주연의 영화 ‘내부자들’ 배급도 맡아 청소년관람불가에도 불구하고 개봉 나흘 만에 160만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제공)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내부자들’은 당초 올 여름 개봉하려다 이병헌의 50억 협박녀 스캔들 등 악재가 겹쳐 시기를 늦춘 것으로, 눈치보기 작전이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병헌이 주연한 다른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가 8월 개봉하는 것을 보고 흥행은 실패했으나 연기에서만큼은 “역시 이병헌”이라는 호감도가 상승하자 부랴부랴 11월로 개봉 일정을 잡은 결과다. ‘남과 여’의 개봉이 밀린 것도 이 같은 눈치보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다음달에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17일) ‘히말라야’(16일) ‘대호’(16일) 등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무리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번엔 전도연이 변수가 됐다. 전도연은 올해 ‘무뢰한’(5월 개봉)과 ‘협녀’에 연이어 출연하며 40대 여배우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흥행에서는 참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무뢰한’에서 전도연은 살인자의 여자로 분해 강한 성격의 이면에 쓸쓸함을 드러내는 연기로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관객(41만4,626명)을 끌어 모으는 데에는 실패했다. ‘무뢰한’보다 많은 스크린에 걸렸던 ‘협녀’도 43만1,312명 동원에 그쳤다. 전도연에게 위기론이 거론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전도연의 위기는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에는 1,000만을 넘긴 ‘암살’과 ‘베테랑’을 비롯해 ‘사도’ ‘검은 사제들’ ‘그 놈이다’ ‘내부자들’ 등 남자배우들이 주축이 된 영화들이 많았다.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담보한 여배우라면 전도연과 김혜수, 엄정화 외에 딱히 없는 형편에서 여배우 영화가 잇따라 실패한다면 한국 영화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전도연이 ‘너는 내 운명’ ‘멋진 하루’ 등에서 탁월한 멜로 연기를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남과 여’를 대작 사이에 내놓기보다는 내년 기대작으로 부각시킬만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 전도연이 연기력과 흥행을 모두 보여준다면 갈수록 좁아지는 여배우들의 입지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나 배급사에서 전도연이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며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기에 견뎌야 하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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